게임 업계가 블록체인 게임에 관심을 높인다.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관련 정관을 추가하고, 관련 사업에 투자를 하는 등 분주하다. 하지만 당국이 명확한 규제·활성화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어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 개발을 위해 파트너사·개발사와 협의·준비로 분주하다.

네오위즈는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공급업,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중개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계열사인 네오플라이는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 신기술을 확보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6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 응용소프트웨어 개발·공급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 시켜 정관을 일부 변경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블록체인 개발사 웨이투빗의 지분 45.8%를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카카오게임즈의 또 다른 계열사인 프렌즈게임즈의 정욱 신임 대표는 "NFT 등 새로운 시도를 펼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규제 당국이 아직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해 명확한 규제·활성화 정책을 펼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라고 지원을 하는 반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심의를 넣으면 등급거부 결정을 내리고 있다. 게임 기업들이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기에 역부족인 이유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웨이투빗과 협업하거나 블록체인 게임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웨이투빗이 최근 게임 퍼블리싱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게임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3N은 아직 뚜렷한 개발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넥슨 지주사인 NXC가 코인거래소 비트스탬프나 코빗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블록체인 게임 개발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고 예측하지만 넥슨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명확히 선을 긋는다. 엔씨소프트 역시 블록체인 게임 개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나마 넷마블만 2018년 주주총회에서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사업목적에 블록체인 관련사업·연구개발업에 추가한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화된 건 없다.

모호한 정부 정책…"차라리 명확한 규제라도 내놔라"

게임사들의 이 같은 소극적인 모습은 해외와 상반된다. 최근 해외 게임사들은 블록체인 게임에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까지 접목을 하는 등 활발하다. 우리나라 게임사들이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해외에만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만든 뒤 지난해 12월 31일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를 통해 첫 블록체인 게임인 '버드토네이도 포 위믹스(for WEMIX)'를 전 세계 149개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출시했다. 한국은 제외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규제가 생기면 ‘편하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확한 규정이 생기면 사업 방향성을 거기에 맞추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좋다"며 "하지 말아야 할 부분을 피해, 되는 쪽으로 사업을 어떻게 잡을지 논의하기 더 용이해질 수 있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방향성을 눈여겨 보며, 이에 맞춰 사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