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vs SK, e커머스 M&A 시장서 한판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3.29 06:00
롯데, 롯데온 수장으로 이베이 전략사업본부장 영입
박정호 SKT 사장 "이베이 인수는 중요 포토폴리오"
이베이 인수자에 ‘승자의 저주’ 꼬리표 붙을라

롯데그룹과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조짐이다. 롯데는 최근 이베이 전략사업본부장을 롯데온 수장으로 앉혀 롯데온과 이베이 간 시너지 끌어내기에 돌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도 이베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SK의 이베이 예비입찰 참여는 상장을 앞둔 11번가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나영호 신임 롯데 e커머스 사업부장 / 조선DB
롯데쇼핑은 최근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롯데온(ON) 새 수장으로 선임했다. 나영호 신임 롯데 e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은 대홍기획에서 롯데닷컴 창립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베이에서는 간편결제와 모바일 쿠폰사업을 기획하는 등 e커머스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e커머스 업계는 이베이 사업본부장 영입이 롯데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모바일 e쿠폰 사업을 68억원에 양수하는 등 e커머스 사업 재정비에 나선 상황이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관심을 나타냈다. 강 대표는 23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 인수에 대해 충분히 관심이 있다"며 "인수 검토를 위해 기업소개서를 받았고, 구체적인 진척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통강자로 평가받던 롯데그룹이 e커머스 사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유통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30조원에 육박했던 롯데쇼핑 매출은 2020년 16조76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2015년 8537억원에서 지난해 3461억원으로 줄었다. 롯데쇼핑은 4년 동안 적자로 2조원(1조9730억원)을 날렷다.

롯데쇼핑의 2020년 온라인 거래액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성장에 그쳤다. 코로나19로 급등한 온라인 수요 증가와 롯데온의 론칭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규모다. 경쟁자로 평가받는 신세계 SSG닷컴의 경우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37% 늘어난 3조9236억원이다.

SK텔레콤 역시 이베이 인수전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이베이 예비입찰 참여전 국내 매체를 통해 높은 인수의욕을 내비친 바 있고, 주주총회에서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대표는 25일 SK텔레콤 T타워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는 쿠팡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캐시아웃 차원에서 한국법인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며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는 SK텔레콤 e커머스 사업에 중요한 포트폴리오이기에 전체를 바라보면서 유동적인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박정호 SK텔레콤 대표. / 조선DB
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안이라 아마존과 협의 중이다"며 "(미국 아마존과의 협업에 대해) 올해 하반기 중 아마존과 협력한 글로벌 상품구매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국내 e커머스 혁명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시장 점유율은 6%(거래액 기준 점유율 추정치), 이베이코리아는 12%로 두 업체를 합하면 네이버(17%), 쿠팡(13%)보다 높은 18%를 기록하게 된다. 2020년 연간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는 26조8000억원, 쿠팡은 20조9000억원을 기록해 나란히 국내 e커머스 시장 12위를 차지했다.

SK텔레콤은 최근 '탈통신'에 공을 들인다. 코로나19 여파로 무선사업 매출 성장은 둔화되는 반면, e커머스 등 비통신 신사업 부문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전체 실적을 이끈다. 11번가와 SK스토아 등 SK텔레콤의 커머스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12.1% 증가한 8142억원을, 영업이익은 110억원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11번가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회사 전자상거래 부문을 5대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물론 11번가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회사는 11번가 글로벌 플랫폼 성장을 위해 2020년 11월 미국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아마존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받아 국내 e커머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e커머스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의 이베이 인수전 참여는 상장을 앞둔 11번가 몸값 올리기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e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은 글로벌 e커머스 업계를 뒤흔든 아마존이라는 우군이 있는데 굳이 이베이를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SK텔레콤의 이번 인수전 참여는 결과적으로 이베이 몸값을 올리는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를 가져옴과 동시에 상장을 앞둔 11번가 몸값 높이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의 몸값 5조원은 시장에서 높다고 평가받는 만큼 결과적으로 유통업계가 아닌 사모펀드가 인수할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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