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막대한 차질이 이어지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가동률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도 반도체 재고를 수시로 점검하며 촉각을 곤두세운다.

상황은 악화일로다. 글로벌 주요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업들은 2월 미국 텍사스 한파로 인한 대규모 정전으로 가동 중단을 겪었으며, 일본 르네사스도 최근 발생한 공장 화재로 생산을 멈췄다.

정부 관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세계 1위와 3위 기업인 TSMC와 UMC를 보유한 대만으로 날아가 대만 정부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은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그야말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한국GM 부평2공장 모습 / 조선일보 DB
한국GM 부평2공장 모습 / 조선일보 DB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조달과 관련한 업무로 출·입국하는 기업인들에게 출입국 때 자가격리 면제와 함께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차량용 반도체 부품에 대한 신속 통관을 지원하고, 항공운송 운임 특례 등의 긴급지원 제도도 적용할 계획이다.

외교라인도 동원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3월 초 대만을 방문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현지 정부와 재계 인사들을 만났다. 차량용 반도체 조달과 관련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는 파운드리 세계 1위와 3위 기업인 TSMC와 UMC이 있다. 이들이 협조적으로 나오면 그만큼 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악화일로다. 자동차와 반도체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조기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가뜩이나 제품이 부족한데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글로벌 1~3위 기업이 모두 생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2월, 텍사스 한파로 인한 정전사태로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글로벌 1위 기업인 독일 인피니언과 2위 기업인 네덜란드 NXP의 텍사스 공장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두 공장 모두 완전 복구는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9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글로벌 3위 기업인 일본 르네사스의 이바라키현 나카 공장에 화재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됐다.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연 시바타 히데토시 르네사스 최고경영자(CEO)는 "생산 재개에 1개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완전 복구에 3개월쯤 걸릴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한 셈이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다양한 산업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 이미 수주한 물량이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용 제품 생산을 대폭 늘릴 수는 없기 때문에 당장 수급난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라며 "정부가 자동차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과 파운드리 기업에 물밑 작업을 해 최대한 많은 주문을 넣어 제품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지만, 이마저도 단기간 제품을 확보할 방법은 아니기 때문에 수급난의 장기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