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디지코' 변신 사활

김평화 기자
입력 2021.03.29 06:00
최근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변화하려는 이동통신 3사의 행보가 두드러진다. 올해가 디지코 변화 원년으로 꼽히는 만큼 상반기부터 디지코 연관 사업에 상당 규모의 투자를 더하는 등 힘을 준다.

증권가에서는 이통3사의 행보가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통신 업계 전반의 소비자 인식 개선과 가치 상승을 위해 디지코 전환이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SKT, AI 앞세우고 지주회사 전환해 디지코 향한다

SK텔레콤은 최근 열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디지코 관련 올해 사업 계획을 여럿 쏟아냈다. 박정호 SK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주총장에서 직접 주주를 상대로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를 기점으로 큰 방향의 전환을 앞두고 있다"며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AI 컴퍼니로 전환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25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 올해 사업 전략을 소개하는 모습 / SK텔레콤
SK텔레콤은 디지코 전략 일선에 AI 경쟁력을 둔다. 핵심 사업인 MNO를 비롯한 미디어, 커머스, 보안 등 전 계열사 상품과 서비스 전면에 AI를 배치한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AI 핵심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은 물론, 카카오와 AI 기술을 공동 개발 계획도 내놨다.

SK텔레콤은 주총에서 연내 물적분할로 중간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원스토어와 ADT캡스, 웨이브 등의 자회사 기업공개(IPO)도 추진한다. 이같은 사업 전략이 각각의 신사업에서 시너지를 내면서 종국에는 SK텔레콤의 기업 가치 향상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항하고자 웨이브에 1000억원의 추가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웨이브는 이를 통해 2025년까지 1조원대 투자로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나선다.

KT "미디어 콘텐츠로 돈 벌겠다"

KT는 미디어 콘텐츠 중심의 디지코 추진을 명확히 했다. KT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존 미디어 플랫폼 토대 위에 콘텐츠 역량을 더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 전문 법인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스토리위즈, KT스카이라이프, 시즌 등 전 계열사가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까지 시너지를 내는 구조다.

왼쪽부터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과 구현모 KT 대표, 김철연·윤용필 KT스튜디오지니 공동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KT
해당 간담회에는 KT스튜디오지니의 공동대표인 김철연 대표와 윤용필 대표뿐 아니라 구현모 KT 대표도 자리했다. 김철수 KT스카이라이프 사장, 정기호 나스미디어 사장, 조훈 지니뮤직 사장 등 KT 주요 계열사 임원도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만큼 KT가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주력해서 바라본다는 의미다.

구현모 대표는 간담회에서 "KT 미디어 플랫폼 토대 위에 콘텐츠를 더해 디지코로 거듭나겠다"며 "이것이 KT 기업 가치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수천억원대 콘텐츠 투자 계획도 밝히며 설사 손실이 있더라도 사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콘텐츠 사업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KT 규모로 봤을 때 충분히 견딜 수 있다"며 "콘텐츠 사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충분히 견디며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신사업으로 B2C·B2B에서 디지코 그리는 LGU+

LG유플러스 역시 신사업 발굴 및 확대로 디지코 행보를 더한다. 이때 고객 가치 중심의 성장으로 내실을 다진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 직원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 GS건설 공사 현장에서 새로 개발한 스마트건설 기술을 검증하고 있다. / 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19일 열린 LG유플러스 정기 주총에서 영업보고서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B2C(소비자 시장) 영역에서 광고, 데이터, 구독형 서비스 영역에서 가능성을 타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때 핵심은 찐팬(진성 고객)이다. LG유플러스는 고객 중심의 상품 및 서비스 개선으로 열성 이용자를 늘려 고객 기반의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를 위해 최근 온·오프라인 채널을 소비 주력층인 MZ(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세대에 맞춰 개편하기도 했다. 온라인 채널에선 결제 수단을 간편화하고 AI 챗봇을 도입했다. 오프라인 채널에선 신속한 업무 처리를 돕는 무인 매장을 선보였다.

LG유플러스는 B2B(기업 시장) 영역에서도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모빌리티, 뉴딜 사업 등에서 최적의 솔루션 확보로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최근 작업자 안전 향상에 주력한 스마트건설 기술을 연내 상용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통 3사의 2020년 연간 영업이익 지표 / 자료: 각 사, 편집: IT조선
이통 업계, 디지코 성과로 올해 수익 개선 전망

이통 업계는 올해가 디지코 성과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원년인 만큼 이통 3사의 관련 사업 행보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여러 디지코 사업 전략이 성과를 낼 시 기업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증권계 전망도 잇따른다. 통신주 매수 의견도 함께다.

일례로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KT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 확대와 관련해 보고서에서 "KT는 올해를 디지코 변화 원년으로 삼고, 성장 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미디어·콘텐츠, B2B 등에서 성장 발판을 마련해 안정적인 이익 개선을 보여줄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통 3사는 2020년 각각 디지코 사업을 추진해 수익을 올린 바 있다. SK텔레콤은 뉴 ICT 사업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에서 24%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주요 사업 기반이 됐다. KT는 AI·디지털전환(DX) 부문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기업 인프라 부문에서 전년 대비 3.5% 수익을 올렸다. 이중 IDC 사업은 전년 대비 16.1%나 상승했다.

통신 업계 전반의 인식 및 가치 향상을 위해서도 디지코 전환이 장기 과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이통사 고위 임원은 "통신사가 밑단에서 통신 인프라를 모두 깔았지만 정작 상위에서 해당 인프라를 활용하는 플랫폼 및 서비스 기업만 주목을 받는 상황이다"며 "결국 통신사들이 디지코 추진으로 점차 윗단의 사업들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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