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 산업과 ICT 기술 융합은 시대적 트렌드다.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로의 전환은 기업의 비즈니스 성장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클라우드 시장 강자는 아마존, MS,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었지만, 최근 토종 기업이 손잡고 세 확장에 나섰다. 클라우드 원팀, 포털 기업 등이 대표적인 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 기업의 클라우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제도를 정비하며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조선미디어그룹의 IT전문 매체 IT조선은 변화의 흐름에 맞춰 ‘한국의 SaaS 기업’ 기획을 진행한다. 민간은 물론 공공 클라우드 분야에서 활약 중인 토종 클라우드 기업의 위상과 미래 비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스포카는 업력 10년차를 맞은 스타트업이다. 매장 고객관리 플랫폼 ‘도도포인트'로 한우물을 판 결과 누적 사용자가 2500만명에 달하는 국민 포인트 서비스로 성장했다. 경제활동인구 10명 중 8~9명은 도도 포인트 적립 경험이 있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의 타격이 심각했지만, 누적 가입 매장 수는 오히려 2019년보다 18% 성장한 2만3500곳을 달성했다. 도도메시지 덕분이다.

최재승 스포카 대표 / 류은주 기자
최재승 스포카 대표 / 류은주 기자
IT조선과 최근 만난 최재승 스포카 대표는 "2020년 매출은 2019년보다 회계기준이 바뀐 영향과, 코로나19 타격으로 조금 줄긴했다"며 "하지만 열악한 비즈니스 환경임에도 소폭의 매출 하락에 그쳤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는 등의 영향으로 선방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매장 운영 상황을 단골들에게 알릴 수 있는 도도메시지의 역할이 컸다고 본다"며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쿠폰을 보내는 등의 서비스를 원하는 점주들에게 먼저 연락이 온 경우도 있었고, 배달을 하지 않던 점주들도 배달 서비스를 하게 되면서 고객 데이터베이스의 체계적 관리를 원하는 곳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로

도도포인트가 위기 상황에서 고객과의 소통 수단으로 빛을 발한 경험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3년 버블티 발암물질 검출 파동이 있었을 때 도도포인트 고객이었던 버블티 브랜드에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최재승 대표는 "고객사였던 한 버블티 브랜드가 자사 제품의 안전성(식약처 인증)을 고객들에게 문자로 빠르게 알렸다"며 "소비자들 수요가 해당 브랜드에 몰려 매출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었고, 다른 업체들도 도도포인트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B2B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시장이 국내에서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도포인트는 2013년부터 SaaS 형태로 제공 중이다.

최 대표는 "미국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는 그동안 클라우드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아 B2B SaaS가 인정받지 못했다"며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니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회사들은 클라우드 솔루션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재승 스포카 대표 / 류은주 기자
최재승 스포카 대표 / 류은주 기자
그는 개발자 몸값 상승의 여파로 B2B SaaS 시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대표는 "최근 B2B SaaS와 함께 B2C SaaS 시장도 성장하고 있으며, 개발자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다"며 "개발자 몸값이 비싸지니, 내부에서 개발인력을 유지하며 유지보수를 하는 것보다 한 회사가 목숨걸고 만든 제대로 된 서비스를 구매해서 연간 1000만~2000만원을 쓰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특정 서비스를 유료로 구매하는 것에 대한 인식의 변화도 SaaS 시장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과거 SW나 콘텐츠의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을 때는 점주들 역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고객과의 소통을 위한 솔루션을 돈 주고 사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위기 상황이 오니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고객과 소통하겠다는 점주가 늘었고, 과거보다 고객 데이터 분석과 관리의 가치를 알아주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매장과 세상을 연결

스포카는 일본 시장도 공략 중이다. 최 대표는 "일본은 신뢰 기반 비즈니스 문화가 강하다 보니 뚫고 새롭게 돌파하기가 힘든 구조다"며 "한 우물만 꾸준하게 파니 처음은 뚫기 힘들었지만 점점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는 카카오톡이랑 연동이 돼 있고, 일본은 라인과 연동돼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며 "도도포인트가 점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조금씩 인바운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당분간 해외 시장의 확대보다는 신규 서비스 ‘도도카트' 안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도도카트는 2020년 론칭한 국내 최초 식자재 비용관리 앱이다. 거래명세표를 분석해 주요 품목의 변화를 매월 리포트로 비교 분석해 알려주고, 비용 검토와 결제 일정 관리를 해준다.

그는 "외부에서 보면 ‘한 놈만 팬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도도포인트 하나만 10년동안 열심히 해 왔다"며 "어느 정도 서비스가 궤도에 올랐고 도도포인트를 안 쓰는 점주들도 브랜드를 인지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더 큰 문제를 풀기 위해 회사의 미션을 확장하기로 했다"며 "사람도 없고 돈도 없는 스타트업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시작하면 망할 수 있기 때문에, 김치찌개 하나로 40년 간 승부를 보는 골목 맛집처럼 한 서비스를 깊게 파는 방향으로 가려 한다"고 말했다.

도도카트 서비스 이미지 / 스포카
도도카트 서비스 이미지 / 스포카
스포카의 비전은 ‘매장과 고객을 연결하다'에서 ‘매장과 세상을 세련되게 연결한다’로 바뀌었다. 점주와 소비자를 넘어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 시작은 도도카트다.

최 대표는 "소비자와 점주를 연결해 주는 서비스가 도도포인트였다면, 도도카트는 현장에서 듣는 점주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서비스다"며 "IT 비용을 갖추지 못한 중소상공인을 위한 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 데이터베이스를 모으는 데 집중하려 한다"며 "올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또 다른 서비스 론칭을 준비 중이다"고 덧붙였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