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역 기반 서비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에 지역 커뮤니티로 성장한 당근마켓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스타트업인 당근마켓을 대기업인 네이버가 따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네이버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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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3월 26일 네이버카페 앱과 모바일 웹에 ‘이웃 톡’ 서비스를 추가했다. 네이버 카페에서 동네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으로 동네 맛집이나 동네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위치 기반으로 이웃 인증을 완료하면 게시글을 작성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이웃 서비스를 확장한 것이다. 이웃 서비스는 주변에서 인기 있는 카페 게시물을 볼 수 있는 ‘요즘 핫(HOT)’ 탭, 중고거래 카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는 ‘중고거래’ 탭, 지역 인기 카페를 만나볼 수 있는 ‘인기 동네카페’ 탭 등으로 구성됐다.

네이버 측은 "지역 기반 정보 양을 증가시켜 네이버 카페를 통해 지역 관련 정보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용자에게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SME 공략 위한 큰그림

네이버의 이웃 서비스는 네이버가 강조하고 있는 중소상공인(SME)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네이버는 올해 초부터 검색 수익 의존도는 낮추고 종합 커머스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오픈마켓 채널 한계를 뛰어넘어 지역 기반 서비스로 상점과 소비자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SME 지원 체계를 강화해 생활밀착형 커머스 포털로 진화한다는 방침이다.

즉, SME 온라인 채널을 흡수해 쇼핑과 금융·예약 등 네이버 핵심 서비스를 강화하고 해당 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 이웃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인 셈이다. 여기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중고거래 플랫폼 기능도 강화해 유입자를 늘리는 선택을 했다.

네이버는 중고거래 서비스 관련 투자를 지속하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이번 업데이트에서 이웃 톡 서비스를 출시하는 동시에 중고거래 탭 상단에 검색창을 추가했다. 또 시·군·구로 지역을 넓게 선택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이용자가 원하는 상품을 보다 편리하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당근마켓 경쟁 불가피…카피캣 논란도 불거져

업계 일각에서는 네이버의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당근마켓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근마켓이 중고거래를 넘어 지역 커뮤니티로 성장하면서 네이버의 경쟁자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이웃 간 커뮤니티 서비스인 ‘동네생활’, 지역 소상공인과 주민을 잇는 ‘내근처’ 서비스 등을 시작했다. 네이버 카페 외에도 중소상공인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네이버 쇼핑 전략과도 겹치는 면이 있다.

특히 네이버 이웃 톡 서비스는 당근마켓의 동네생활과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위치 기반 인증 시스템과 동네 정보를 나눈다는 서비스 취지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이용자는 "당근마켓이 먼저 도입한 동네 인증 기능을 따라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네이버의 당근마켓 카피캣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네이버 자회사 라인은 당근마켓을 그대로 베껴 베트남 현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근마켓 측 주장에 따르면 2018년 네이버가 두 차례에 걸쳐 당근마켓에 인수 및 투자를 제안했고 이에 당근마켓 측은 각종 자료를 제출했다. 다만 당근마켓 측은 고민 끝에 제안을 거절했다. 이에 라인이 당근마켓을 그대로 베낀 서비스를 해외에 내놨다.

네이버의 사업 확장에 대해 당근마켓 관계자는 "당근마켓은 스타트업 규모의 작은 회사지만 지난 수년간 이용자와 밀접하게 소통하며 유대감을 형성해왔다"며 "우리가 만들어온 서비스 가치와 문화는 흉내내지 못할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근마켓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온라인화되지 않은 지역사회를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연결의 가치를 실현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들어 왔다"며 "당근마켓의 성장과 함께 로컬 경제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규모 있는 기업들이 이 시장에 들어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이웃 서비스는 기존 지역 기반 카페 서비스에 편의성을 추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카페 서비스에서 지역은 기존에도 카페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단위였다"며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역 정보에 대한 사용자들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높은 사용성을 가진 서비스로 지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