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 LX 상표 수성 위해 법무법인 통해 가처분 신청 초읽기
전문가 "식별력 입증에 따라 가처분 신청 받아들여질 수 있어"

한국국토정보공사가 LG그룹의 LX 상표 사용을 저지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LG가 신설지주 ‘LX홀딩스’를 출범하기 이전에 사명 사용을 못하도록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LG는 구본준호(號) 계열분리에 앞서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3월 31일 국토정보공사 한 관계자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고, 이를 담당할 로펌으로 법무법인을 선임했다"며 "5월 1일 신설지주사 설립 이전에 법원이 국토정보공사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왼쪽)과 구본준 LG 고문 / 한국국토정보공사·LG
김정렬 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왼쪽)과 구본준 LG 고문 / 한국국토정보공사·LG
법원이 국토정보공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LG는 일시적으로 LX 상표를 사용할 수 없다. LG가 본안 소송에서 승리해야 상표를 쓸 수 있다. 최악의 경우 5월 1일 ‘LX’ 명칭이 빠진 신설지주 및 계열사가 출범할 수 있다.

5월 출범하는 LX그룹은 지주사인 LX홀딩스를 중심으로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5개사로 꾸려진다.

국토정보공사는 LG에 LX 사명 사용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3월 16일 LG 측과 만나 상표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하지만 LG는 3월 26일 열린 제59기 주주총회에 LX홀딩스 사명을 포함한 지주사 분할 계획을 안건을 올렸고, 주주는 이를 승인했다.

양측은 3월 16일 LX 상표권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나 머리를 맞댔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LG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입장이지만, 국토정보공사는 LG가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을 시 만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국토정보공사는 3월 23일 LX 상표 사용을 중지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LG 측에 발송했지만 아직 공식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국토정보공사(위)와 LG그룹이 특허청에 각각 등록한 기업 이미지(CI) / 키프리스
한국국토정보공사(위)와 LG그룹이 특허청에 각각 등록한 기업 이미지(CI) / 키프리스
한 상표권 전문가는 LX라는 명칭의 식별력이 약하고, 같은 LX로 이름이 겹친다고 해서 상표가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토정보공사와 LG의 LX 상표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원 판단의 관건은 국토정보공사가 어느 정도 기존 LX 상표에 대한 식별력을 입증하냐에 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김영두 특허법인 인벤싱크 변리사는 "국토정보공사가 사용 실적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한 후 LX가 특정 영역에서 공사의 출처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식별할 수 있다고 입증하면 LG의 LX 상표가 거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정보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최근 10년간 LX 브랜딩 사업에 332억원을 투입해 국토정보 전문기관 이미지를 확립했다. 2012년부터 ‘LX 한국국토정보공사’라는 브랜드로 언론에 보도된 건은 4만3000건이 넘는다.

김 변리사는 "다만 국토정보공사가 수행하는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상품에 대해서만 (LX 상표 독점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LG는 LX 상표 중 국토정보공사와 관련된 업종만 지우고 나머지 업종만 등록하는 전략으로 유화책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국토정보공사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2012년부터 LX를 기업 이미지(CI)로 정해 10년째 영문 약칭으로 사용했다. ‘L’은 국토(Land)와 장소(Location)를 ‘X’는 전문가(Expert), 탐험가(Explorer)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정보공사는 3월 9일 특허청에 LX 관련 상표 12건을 출원했다. LX홀딩스를 신설지주 사명으로 결정한 LG그룹이 3월 초부터 특허청에 ▲LX와 ▲LX하우시스 ▲LX MMA 등 100건이 넘는 상표를 등록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