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쌍용자동차의 고난이 끊이질 않는다. HAAH 오토모티브의 인수가 투자자 설득 문제로 더뎌진데다, 주식거래소 상장폐지 위기와 환경부 전기차 판매 할당량 미준수로 벌금에 가까운 기여금 납부 부담까지 생겼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전경 / IT조선 DB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정문 전경 / IT조선 DB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인수를 타진했던 HAAH 오토모티브는 마감 시한인 3월 31일까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수 의향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 사이에서 쌍용자동차 내 노조문제 등 경영 우려로 투자의견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HAAH 오토모티브는 자동차 유통업 중심 사업영역을 보유한 연 매출 200억원쯤의 중견기업이다. 쌍용차가 연매출 3조원에 달하는 기업인만큼, HAAH 오토모티브가 쌍용차 인수에 성공하려면 외부 투자자의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

쌍용차는 HAAH 오토모티브와 인수 협상이 늦어지면서 당초 설계한 P플랜(사전회생계획) 진행에 차질이 우려된다. P플랜은 기존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자본금을 줄여(감자) 지분율을 낮추고, HAAH 오토모티브가 28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과반수 이상 지분율 보유해 새로운 대주주로 올라서는 내용이었다.

HAAH 오토모티브 인수와 P플랜 성공이 희박할 수록 쌍용차의 법정관리 진행 시기는 가까워진다. 쌍용차는 현재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있는데, 2020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삼정회계 법인에게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감사의견 거절은 기업 재무제표에 대한 정보나 기업 존립에 심각한 의문이 있을 때 표명되며 상폐 위기 기업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48조에 따르면, 거래소는 특정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의견이 거절당했을 경우 해당 기업의 보통주권을 상장폐지한다. 쌍용차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선 정리매매 시작 전인 4월 13일까지 감사의견 거절 사유를 해소하고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쌍용차 주식은 2020년 12월 21일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후 4개월 가까이 정지된 상태다. 마힌드라 그룹 등 대주주를 제외한 쌍용차 전체 소액주주는 4만5000명쯤으로 전체 주식의 25%수준이다. 시총 4151억원인 쌍용차가 주식거래소에서 물러나게 되면 1000억원에 달하는 소액주주 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한다.

KDB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제도 설명회에서 쌍용차 전기차 사업경쟁력을 지적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조선DB
KDB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제도 설명회에서 쌍용차 전기차 사업경쟁력을 지적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조선DB
환경부가 3월 23일 행정예고한 ‘2020년 연간 저공해차 보급 목표 일부개정 고시안’도 부담이다. 환경부는 개정고시안에서 완성차 업체에게 직전 3년 전체 평균 판매량 일정 비율을 저공해차로 채우지 못할 경우 기여금을 내도록 할 방침이다. 저공해차 판매 비율 기준은 2021년 18%·2022년 20%인데 쌍용차는 전기차를 단 1대도 팔지 못해 목표달성이 어렵다.

쌍용차 회생 열쇠를 쥔 산업은행도 쌍용차의 전기차 경쟁력을 지적하며 해결을 요구한다. 산은의 도움도 잠재적 투자자의 결정이 선행돼야 가능한데, 전기차 경쟁력 등 추후 사업계획에 의구심이 많다보니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월 15일 ‘KDB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제도 설명회’에서 "쌍용차는 전기차 전환을 빨리 시작해야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지고 쌍용차는 뒤처진다"며 "다른 기업과 격차가 벌어지면 자금이 투입돼도 전기차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