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초읽기에 들어갔다. 사업 철수를 확정지을 시 LG전자는 MC사업본부가 매 분기 떠넘긴 적자의 짐을 내려놓고 경영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회사 양대 축인 자동차 전장과 생활가전은 인력 보강과 함께 투자 여력도 커져 날개를 활짝 펼수 있을 전망이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5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는 방향의 사업계획을 확정해 이날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베트남 빈그룹, 독일 자동차그룹 폭스바겐 등과 접촉했지만 매각 논의에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 및 전장 사업부는 스마트폰 사업 핵심 인력을 각각 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최근 MC사업본부 직원 3700명의 인력 전환 작업에 돌입해 생활가전, 전장, 홈엔터테인먼트, 로봇, IT 등 부서에 인력을 재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사업 매각이나 철수 시) MC사업본부 핵심 R&D 인력을 ‘미래먹거리’ 전장과 ‘캐시카우’ 가전 부문에 적재적소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2021년 생활가전과 전장 사업에 각각 9957억원, 6138억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6995억원, 4721억원 대비 각각 30%·23%쯤 늘었다. 올해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따른 적자 우려가 해소되면서 핵심 영역에서 투자 여력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올해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해 VS부문(전장) 흑자전환을 목표로 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LG전자 VS부문은 1분기 영업손실 750억원을 거둔 뒤 2분기 330억원 적자, 3분기 110억원 적자로 적자 폭을 줄이면서 4분기에는 영업이익 23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배두용 LG전자 CFO(부사장)는 3월 24일 주총에서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전기차 부품의 사업 경쟁력 강화로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가전 사업 경쟁력도 강화한다. 맞춤형 가전 브랜드 ‘오브제’ 품목을 늘리고, 공기청정기·의류관리기를 이을 신개념 가전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생활가전 생산 시스템 고도화에도 투자를 늘린다. LG전자는 생활가전 핵심 생산기지인 창원사업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해 2023년까지 생산량 생산량을 50% 증대할 계획이다. 또 500억원을 투입해 창원2사업장에 기존 생활가전 제품 실험실을 통합한 대규모 시험시설을 구축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이 정리 수순으로 간다면 매분기 핵심부서의 사업 적자를 고민해야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생활가전 부문은 시장 변화에 적기 대응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고, 원가구조 개선과 자원투입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