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고성능 전기차 개발 트렌드에 맞춰 EV6 GT모델과 GT기반 전기세단 콘셉트카인 제네시스 엑스(X)를 선보였다. 미래 고성능 전기차 대결에 뛰어든 현대차의 잠재적인 주요 경쟁자로는 전기슈퍼카 기술기업 리막의 지분을 나눠가진 폭스바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차는 설계상 내연기관차보다 제로백 단축 등 고성능·슈퍼카에 적합한 잠재력을 보유해 완성차 업계가 연구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폭스바겐에서 2019년 공개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ID.R / 폭스바겐
폭스바겐에서 2019년 공개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 ID.R / 폭스바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동모터를 동력으로 쓴다. 내연기관차 엔진은 서서히 출력을 높여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일정 이하로 단축하긴 어렵다. 전기차는 시동과 동시에 전기모터 출력과 토크(회전력)가 최대로 도달한다. 전기차의 슈퍼카 잠재력을 주목한 완성차 기업은 잇달아 기존 슈퍼카를 넘는 모델을 앞다퉈 개발중이다.

현대차도 모델 고성능화를 전기차로 넓히는 중이다. 기아가 EV6 GT는 고성능 모델로 584마력 최대토크 75.5㎏m성능을 보유했다. 제로백은 3.5초로 역대 한국자동차 중 가장 빠르다. EV6가 중형급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라는 점을 생각하면 상당한 단축이다. 콘셉트카인 제네시스 X에서 나올 제네시스 전기차도 EV6에 준하는 성능이 예상된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강세였지만, 최근 폭스바겐 성장세가 무섭다. 폭스바겐은 산하 브랜드 포르쉐를 통해 2019년 고성능 전기차 타이칸을 선보였다. 최상위 모델 ‘타이칸 터보 S’는 2.4~2.8초의 제로백과 750마력을 지원한다. 폭스바겐과 포르쉐의 고성능 전기차 경쟁력을 입증했다.

폭스바겐 자체의 고성능 라인 ‘R’의 전기 고성능 양산차 출시 가능성도 있다. 순수 전기 양산차로 ‘R’을 부여받은 모델은 없지만 폭스바겐에서 2019년 선보인 스포츠카 ID.R을 비춰볼 때 순수 전기차 R 모델 출시도 머지 않았다. 당시 ID.R은 제로백 3.7초에 악명높은 주행 테스트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6분5.446초란 전기차 신기록으로 주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 전기차는 하반기 출시를 예정이며 공개전 모든 사항을 극비리에 붙이고 있어 제로백 등 상세제원을 공개하긴 어렵다"며 "제로백 외에도 전체적인 고성능 초점에 맞춰 현대차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사용해 개발되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마테 리마츠와 리막 오토모빌리티 내 폭스바겐과 현대자동차 간 지분 비율 변화 타임라인 / 포르쉐·이민우 기자
마테 리마츠와 리막 오토모빌리티 내 폭스바겐과 현대자동차 간 지분 비율 변화 타임라인 / 포르쉐·이민우 기자
폭스바겐과 현대차는 고성능 전기차 양산 외에도 기술 확보 및 선도기업 협업에서 물밑 경쟁 중이다. 두 기업은 고성능 전기차 기술 기업인 리막 오토모빌리티를 두고 지분을 통한 영향력 경쟁이 대표적이다. 리막 오토모빌리티는 크로아티아의 마테 리마츠(Mate Rimac)가 설립한 곳으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기술과 특허를 다량 보유했다.

폭스바겐은 2018년 포르쉐를 통해 리막 오토모빌리티에 투자를 시작해 10%지분으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현대차는 2019년 5월 8000만유로(1062억원)를 투자해 13%쯤 지분을 가져와 최대주주 자리를 뺏었다. 포르쉐도 뒤쳐지지 않고 같은 해 9월 5.5%를 추가로 인수해 최대주주를 탈환했다.

올해 리막 오토모빌리티에 대한 폭스바겐의 영향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2월 폭스바겐이 산하 슈퍼카 브랜드인 ‘부가티’를 리막 오토모빌리티에 넘기는 대가로 지분 15.5%를 넘겨받았다. 포르쉐가 3월에 7000만유로(950억원) 투자를 단행해 지분 9%를 추가 확보해 리막 오토모빌리티 내 폭스바겐 지분은 40%에 근접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는 제로백이 빠른 대신 고속 주행에서 최대 성능은 내연기관차보다 떨어진다"며 "완성차 기업의 고성능 전기차 경쟁에서는 전기차의 가속 능력과 출력 등 성능을 고속에서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경쟁력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