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일은 한국 통신 역사상 가장 바쁜 하루였다. 미국과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막판까지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한국은 같은 날 오후 11시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며 ‘1위’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한국 5G 가입자 수는 2월 말 기준으로 1300만명을 넘어섰고 연내 2000만 시대 개막을 눈앞에 뒀다. 5G는 향후 자율주행차와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팜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열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IT조선은 총 3부작의 기사를 통해 상용화 2년째를 맞은 5G 현황 분석을 통해 앞으로의 산업 지형을 분석해봤다. <편집자주>

"정부와 이동통신사를 믿고서 5G 요금제에 가입한 이용자의 LTE 사용량 대비 부당하게 과다 청구된 요금 피해를 속히 배상하라."

5G 사용자를 회원으로 두는 네이버 카페 ‘5G 피해자 모임’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SK텔레콤 본사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와 이동통신 3사를 대상으로 이같이 촉구했다. 롱텀에볼루션(LTE) 요금제 대비 비싼 5G 요금제를 사용했음에도 통신 품질에 개선이 없어 재산상의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이날은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2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정부와 이통 3사는 2019년 4월 3일 상용화 시기를 다투던 미국 버라이즌을 따돌리고 세계 첫 5G 상용화 국가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후 5G 커버리지 확대 등의 품질 개선에 나섰음에도 5G 민심은 냉랭한 것이 현실이다.

5G 손해배상 집단소송 관련 안내 이미지 / 화난사람들 갈무리
5G 손해배상 집단소송 관련 안내 이미지 / 화난사람들 갈무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월 기준 국내 5G 서비스 가입자는 1366만2048명이다. 2019년 4월 5G 서비스 첫 상용화 후 그해 말 466만8154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과 비교하면 2년도 되지 않아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5G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5G 체감 품질 논란은 끊이질 않는다. 5G 전국망 구축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지역에서만 5G 네트워크를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LTE 대비 5G 네트워크 품질이 크게 나은 바가 없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이통 3사가 5G 투자와 기지국 구축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함께다.

5G 피해자 모임 측은 "5G 서비스 개시 초창기부터 지적된 ‘5G 가용 지역 협소', ‘5G와 4G LTE 전파를 넘나들며 통신 불통 또는 오류 발생’, ‘4G LTE 대비 과한 요금' 등 5G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5G 기지국이 부족한 데다 야외에 집중되면서 5G 이용자가 하루 중 상당 시간을 머무는 집, 회사 사무실 등 실내에서 5G 서비스 활용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5G 이용자들은 이같은 품질 논란에도 5G 요금제가 LTE 대비 선택권이 제한적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데이터 사용량 대비 더 비싸게 요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월 기준 5G 사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기가바이트(GB)다. 하지만 이통 3사의 5G 요금제 목록에는 해당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 종류가 없다. 통상 5~12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저가 요금제와 110GB~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로만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다수 5G 이용자가 고가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와 이통 3사가 5G 서비스 상용화 과정에서 과장 광고를 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020년 10월 허위 과장 광고를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통 3사를 신고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측은 "이통 3사가 ‘5G 서비스가 LTE보다 20배 빠르다’, ‘초고속 20배 빠른 속도'라는 내용을 반복해서 홍보했다"며 "그러나 정부가 실시간 통신품질평가 결과 5G 서비스는 LTE 평균 속도보다 다운·업로드 속도에서 각각 4배, 1.5배가량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5G 민심을 인지하고 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2일 오전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5G+ 정책협의체 전체회의에서 "아직 국민 눈높이에 흡족한 수준의 5G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당초 기대보다 B2B(기업 간 거래) 분야에서 활용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현재 5G 피해자 모임은 공동소송 플랫폼인 ‘화난사람들’에서 공동 소송인을 모집하고 있다. 한 달 가까이 소송인을 모집한 결과 1만명을 넘어섰다. 4월까지 소송인을 모집한 후 5월부터는 행동에 나선다.

5G 피해자 모임의 집단소송을 맡은 김진욱 변호사는 "소송인단 모집을 마친 후 소장을 정리해서 5월 말에서 6월 초 이통 3사를 대상으로 집단소송에 나설 계획이다"며 "과거 2년간 5G 요금제 약정 기간에 과도하게 납부한 5G 요금제 금액을 반환하는 내용을 담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