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하기 어렵다. 미국 역시 무리하게 한국에 두 나라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등 강요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휴대폰과 TV 부문에서 탈(脫)중국 중이다. 판매 부진에 따른 여파로, 자연스럽게 철수 길을 걸어왔다. 2019년 중국에 위치한 휴대폰 생산 공장을 완전 철수했고, 2020년엔 중국 내 유일한 TV 생산 기지였던 톈진 공장의 문도 닫았다. 하지만 반도체 분야 상황은 다르다.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삼성전자 사옥 / 조선DB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좌)과 삼성전자 사옥 / 조선DB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미국 현지 투자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은 밝혔지만, 중국 시장에 영향이 갈만한 미국측 제안을 수락하거나 나서겠다는 응답은 하지 않았다.

삼성은 2017년부터 중국 시안에 150억달러(16조8030억원)를 투자해 시안 반도체2공장을 증설했다. 시안 2공장은 삼성 반도체 생산의 중요 기지로 자리매김했다. 하반기 전력 가동이 가능해지면 삼성 웨이퍼의 40%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미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보유한 미국 기업 테슬라는 중국을 핵심 시장으로 꼽는다. 테슬라는 2020년 초부터 상하이에서 '중국산 모델3' 한 차종을 생산했고, 판매량은 13만대 이상이다. 애플 역시 중국 시장을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애플의 2020년 대중국 매출은 213억달러(23조8880억원)다. 미국(463억달러)과 유럽(273억달러)에 이어 매출 3위 기록이다.

중국은 최근 한국에 반도체와 5G 분야 협력을 요구했다. 3일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을 가졌는데, 중국 측 공식 발표문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이 포함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각) 주재하는 글로벌 반도체·자동차 업계 관계자 회의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의에 삼성전자도 초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 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이번 회의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미국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선택을 강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기업에 미중 간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의 이번 회의 개최 의도는 반도체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라며 "수급 현황을 물어보려고 하는 것이지, 수급 대책 의논은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공장 철수 요구는 국제법 위반인 만큼 미국이 이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미국 역시 반도체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한국에 미중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요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지금은 삼성이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며 "삼성에 더 많이 투자해달라고 할 순 있겠지만, 중국에 반도체를 공급하지 말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조연주 인턴기자 yonj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