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초월하는 세계 일류 대학이 되겠습니다."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은 8일 오전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류 대학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 따라하거나 시시한 것을 하지 않는다"며 "자부심을 키우면 세계 최초인 것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일류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광형 KAIST 총장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KAIST
이광형 KAIST 총장이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KAIST
이광형 총장은 2월 제17대 KAIST 신임 총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당시 IT조선과의 통화에서 "KAIST의 세계 10위권 대학 진입이 목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두 달 만에 세계 10위권을 넘어 세계 대학 평가 1위인 MIT(영국 대학 평가 업체 QS의 2021년 발표 기준)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그는 이같은 목표를 위해서는 차별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들이 지금 주목하는 것에 몰두하거나 똑같은 연구를 따라하기는 미래를 내다보고 한 발 앞선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KAIST의 지난 50년을 보면 국민과 정부의 지원 아래 큰 성과를 이뤘지만 따라하기 전략이 주효해 성장 한계가 있었다"며 "다음 50년은 기존 목표와 비전을 계승하면서 국가와 인류, 지구를 위한 독특한 빛깔의 세계 10위권 대학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성공의 열쇠는 의식 혁명이었다. 삼성 구성원 20만명에게 ‘우리가 세계 일등이다'는 의식을 심는 초일류 문화를 통해 일류 기업이 됐다"며 "그간 KAIST 구성원 스스로 세계 일류 대학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세계 최초인 것에 집중해 일류 대학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QAIST 전략으로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대학으로 거듭날 것"

이 총장이 KAIST를 차별성 뚜렷한 일류 대학으로 이끌고자 내세운 전략은 ‘콰이스트(QAIST)’다. 교육(Question), 연구(Advanced research),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 기술사업화(Start-up), 신뢰(Trust)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다. 이를 중심으로 KAIST 미래 50년을 준비한다.

이광형 총장이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진행하는 모습 / KAIST
이광형 총장이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진행하는 모습 / KAIST
교육 분야에선 질문하는 인재 양성에 집중한다. 전공 공부에만 치중하던 기존 방식을 깨고 인문사회 분야 경험을 늘려 큰 꿈을 품는 인재로 키운다. 이를 위해 기존 전공 공부의 10%를 줄이면서 인성과 리더십 분야 교육을 확대한다. 기존 인문사회학을 디지털인문사회학으로 개편해 인문융합 교육도 실시한다.

이 총장은 "1랩 1책 캠페인을 통해 전공과 상관 없이 교수와 학생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늘리고자 한다"며 "실패 연구소를 세워 실패를 성공으로 재해석함과 동시에 경쟁 위주의 교내 문화를 바꿔 성적 지상주의를 타파하겠다"고 말했다.

연구 분야에선 방법(How) 중심의 연구 대신 새로운 문제를 정의(What)하는 연구에 주목한다. 기존에 있는 문제를 연구하기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해결한다. 성공 가능성이 큰 연구보다는 도전적인 과제에 연구비 할당을 높이는 식이다.

이같은 연구 연장선에서 포스트 인공지능(AI)에도 집중한다. 모두가 현재 시점에서 AI에 주목할 때 AI가 일상화한 미래를 내다보고 인류에 필요한 기술을 고민한다.

이 총장은 "AI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생각할까, 원할까 고민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기에 인문사회학 관련 교수진을 100명 정도 확보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국제 대학 평가 세부 순위에서 하위권에 머무르는 국제화를 위해서는 KAIST 캠퍼스의 다양화를 추진한다. 전체 구성원의 7~8%대에 머무는 외국인 학생과 교수를 각각 15%, 25%로 늘릴 예정이다.

이광형 총장이 직접 찍은 KAIST 본원 전경 / KAIST
이광형 총장이 직접 찍은 KAIST 본원 전경 / KAIST
KAIST 재정 자립 수단인 기술사업화를 위해서는 학내 창업 문화를 조성한다. 창업 지원 제도를 재설계해 일랩 일벤처를 추진한다. 현재 사업으로 연 1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면, 10년 후에는 연수익 1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외부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학내 브릿지 투자사 입주도 적극 추진한다.

대전과 세종, 오송을 잇는 트라이앵글 창업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해 지역 창업 활성화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해 지역 내 창업을 돕는 조직을 학내에 구성한다. 지역 중소기업에 기술 자문을 돕는 조직 구성도 함께다.

KAIST 신뢰를 다지기 위해서는 학내 봉사 활동 활성화로 학생들의 인성 교육에 나선다. 신뢰 기반의 재정 운영을 위해서는 총장이 직접 기부금 유치 활성화에 앞장선다. 최근 불거진 청렴도 논란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위원회를 교내에 구성해 운영하는 일도 함께다. 엄격한 기준으로 청렴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 총장은 "세상에 많은 대학이 있지만 KAIST는 독특한 빛깔을 내는 고유한 존재가 되고자 한다"며 "향후 100주년에는 국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학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