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디지털세 도입과 관련해 한발 물러섰다. 세계적인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에 따라 그간 막대한 이익을 내고도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에 놓였던 빅테크 기업들의 보호막이 사라질 전망이다.

구글과 아마존 로고 / 각 사
구글과 아마존 로고 / 각 사
블룸버그는 미국이 140여개 국가에 디지털세 도입을 제안했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글로벌 법인세와 정보통신(IT) 대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세를 두고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세란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다국적 기업에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매출이 발생한 지역에 세금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사회는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국경의 구분 없이 이익을 내는 IT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은 해당 기업이 대부분 자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디지털세 도입을 막아왔다.

하지만 미국이 태도를 바꿨다. 디지털세를 양보하는 대신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도록 했다. 2조달러(2300조원)에 달하는 인프라 부양책을 내놓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충달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셈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재원 확보를 위해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만 법인세율을 올릴 경우 미국에 진출한 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탈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다른 국가도 법인세율을 같이 높여야 자국 기업의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설득하기 위해선 당근이 필요한 셈이다. 미국이 선택한 당근이 디지털세 도입으로 분석되는 이유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