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퀀텀닷(Q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 출시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이 제품의 생산능력과 수율을 충분히 끌어올린다는 조건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에서 QD디스플레이로 대전환의 성공 열쇠가 삼성전자의 QD 채용에 달린 만큼, 수율 확보와 생산능력 확대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11일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D TV 시제품을 생산해 일본, 중국 업체뿐 아니라 삼성전자에도 전달하는 것이 맞다"며 "그동안 QD디스플레이 채용에 회의적 반응을 보인 삼성전자의 QD TV 출시 가능성이 더욱 현실화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3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QD 디스플레이(가운데)로 추정되는 TV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 삼성전자
QD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13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는 전략상품이다. 2020년 시생산에 돌입한 데 이어 올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QD디스플레이 도입 및 LCD 공급 여부를 놓고 삼성디스플레이와 줄다리기를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QD디스플레이 채택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0년 8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소니·샤오미·파나소닉 등에 QD디스플레이 TV 시제품을 제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에도 삼성전자에 시제품을 전달했지만 여전히 미온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LCD 패널단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삼성전자는 단순히 LCD TV를 많이 파는 것에 의미부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LCD 패널을 적용한 TV 생산을 줄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TV로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성공적인 QD디스플레이 전환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삼성디스플레이에 LCD 생산라인 철수를 늦추고 생산을 지속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절대 공급량이 부족한 만큼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값싼 LCD 패널을 활용해 글로벌 TV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을 모두 확보해왔지만 한계에 다다랐고, QD디스플레이를 선제 도입해 모험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LCD TV를 주력으로 유지하면서 또다른 차세대 기술인 ‘QNED(퀀텀 나노 발광다이오드)’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근 터져나온 삼성전자의 OLED TV 출시 가능성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조급하게 하는 변수다. 9일 전자업계 및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고위 경영진은 최근 만남을 갖고 LG가 생산하는 OLED 패널 납품에 합의했다는 소문이 나왔다. 삼성전자 TV 사업을 총괄하는 한종희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사장은 이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정황상 양사 간 빅딜이 성사되더라도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시제품이 삼성전자를 어느 정도 만족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추가 투자 방향이 결정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9월 잠재 고객사와 함께 시장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QD 제품 하반기 양산을 위해 만전을 다하고 있다"며 "적기 개발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