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자상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강한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책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토론회 현장 / 유튜브 갈무리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책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토론회 현장 / 유튜브 갈무리
소비자권익포럼과 소비자시민모임, 송재호 국회의원 등은 9일 서울 명동 YWCA회관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법적 책임,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자상거래법(전상법) 개정안은 거래관여에 따른 책임소재를 소비자가 파악해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플랫폼 운영사업자가 거래 과정에서 수행하는 업무 내용을 표시하도록 했다. 만약 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입점업체와 연대책임을 지도록 했다. 소비자 피해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전문가들은 플랫폼 운영사업자에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여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제를 맡은 서희석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 관리 비용이 올라가 사업 모델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며 "또 개정안이 특별법이기에 다른 법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국장도 "온라인 플랫폼 운영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거래 규제를 강화하면 규제 이행과 사업 모델 마련에 비용이 추가돼 상품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며 "또 온라인플랫폼은 개인 사업자가 많이 입점할수록 가격 경쟁이 일어나는 데 규제를 강화하면 오히려 진입장벽이 높아져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서혜숙 변호사는 "소비자는 정확한 거래 상대가 누구인지, 각 사업자가 거래에 관해 어떤 책임을 지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며 "결국 고지를 해주는 게 소비자에게 가장 안전하다는 시장과 전문가 공감대가 있었기에 현재 전상법이 유지돼 온 것이다. 개정안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고 했다.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부 교수는 "플랫폼 사업자 중에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이 많은데 개정안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한 비교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민간에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자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서희석 교수는 "플랫폼 사업 특징을 반영해 민사규율을 정비하는 쪽으로 업계 자율성을 강화하고 소비자 피해 구제 실효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자율 조정 절차를 마련하고 만약 이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악의적 사업자 퇴출을 위한 삼진아웃제, 피해자 지원을 위한 피해기금 마련 등의 실효적 조치를 도입하면 된다"고 했다.

백대용 소비자시민모임 회장은 "플랫폼 사업자도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소비자가 어떤 아쉬움을 느끼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국가가 개입해 규제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자율 규제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 민간 부분에서 사업자가 소비자가 함께 해결하기 위한 자율 규제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국장은 "현재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플랫폼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고 광범위해진 상황에서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단순 고지하는 것만으로 소비자 보호가 가능할지 의문이다"며 "다만 고지의무를 삭제했다고 해서 이를 막겠다는 취지는 아니며 명확한 정보 제공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