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통신을 상용화한 금자탑을 쌓았지만, 최근 고액의 이용료를 책정했다는 소비자 단체발 소송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5G가 터지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에게 5G 서비스를 팔았고, 그 결과 소비자가 쓰지도 않는 5G에 가입하느라 값비싼 요금을 냈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가졌지만, 반대급부로 소비자 피해를 유발했다는 덫에 걸렸다. 소비자단체는 이통3사는 물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비난의 칼을 겨눈다. 성급한 5G 상용화를 통해 국민 피해를 유발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에 이통3사가 약관상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인지 우선 묻고 싶다. 이통3사는 전국 단위 5G 서비스가 곧바로 가능하다고 밝힌 적이 없다. 신기술인 5G를 상용화하며 기존 LTE 대비 비싼 가격에 요금제를 산정한 것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자발적 5G 요금제 가입이었다.

이통3사는 5G 주파수를 할당 받을 당시 과기정통부에 5G 망 구축 계획서를 제출했고, 현재 계획보다 빠른 속도로 커버리지를 확장 중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이통3사는 주파수 이용 계획서 상 목표보다 3배 이상 빠른 속도로 5G 기지국을 구축했으며, 2022년까지 85개 행정동 및 주요 읍면 중심부 등으로 5G 커버리지를 확대한다. 시민단체 주장처럼 값비싼 5G 상품을 무리하게 팔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5G 망구축 연도별 계획표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가 밝힌 5G 망구축 연도별 계획표 / 과기정통부
5G 스마트폰만 주력으로 팔았다는 주장도 고민해 봐야 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플래그십 단말기는 5G 전용으로 나왔지만, LTE를 쓸 수 있는 제품 출시도 지속적으로 했다. 단말기에 대한 고객의 선택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5G 단말기 구매자를 유인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마케팅 활동이었을 뿐이다. 단말기에 대한 선호도를 고려한 똑똑한 소비자들이 최신 기능의 플래그십 제품을 구입했던 것이다. 이통사 강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가 지나치게 적었다는 주장은 일견 이해가 간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월말 기준 5G 사용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3기가바이트(GB)지만, 이통사 5G 요금제 목록에서 해당 이용량에 적합한 것은 찾아볼 수 없다. 5G~12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저가 요금제와 110GB 이상 데이터를 제공하는 고가 요금제로만 있다. 다만, 2011년 LTE가 처음 상용화됐을 때처럼 5G의 경우 상용화 이후 시간에 따라 신규 요금제 출시가 잇따른다.

그렇다면, 한국이 5G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가져온 것을 두고 무리했다고만 할 수 있을까. 비판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산업적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LTE 상용화 당시부터 글로벌 통신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최초로 2개 이상의 주파수 대역을 묶어 쓰는 ‘주파수 집성 기술(LTE-CA)’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서의 영향력도 커졌다. 황창규 KT 전임 회장은 글로벌 통신 사업자가 LTE에 주력하던 2015년 GSMA 주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기조연설자로 나와 5G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국의 네트워크 기술 선도는 토종 기업의 경쟁력 강화도 이끈다. 삼성전자와 케이엠더블유 등 장비 업체는 한국에서의 통신망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LTE 당시 성과를 냈던 토종 업체들은 5G 상용화 후 호실적을 이어간다.

한국의 5G 가입자 수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연말까지 20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킬러콘텐츠를 갖추지 못한 한국의 5G 분야 서비스는 요금 대비 일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기술을 선도하겠다는 한국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 대해 비판 일색으로 맞서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정부와 이통사의 공과가 있겠지만, 앞으로의 발전적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

이진 기자 jinle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