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배터리戰 종료, LG 실리·SK 명분 챙겨

이광영 기자
입력 2021.04.11 17:13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과 관련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11일 전격 합의했다. 천문학적 현금을 얻게 된 LG는 실리를,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유지하고 고객사 이탈도 막게 된 SK는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는 11일 오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하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 직원이 전기차 배터리 셀을 살펴보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총액 2조원 중 현금 1조원은 LG에 분납 형태로 지급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분기와 향후 실적에 충당금 형태로 배상금 지급액을 반영할 예정이다. 로열티는 양사 합의에 따라 구체적 기간이나 비율이 공개되지 않지만, 통상적인 기간과 비율로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분쟁을 종결시키려는 미 정부의 의지가 컸고, 이에 양사가 통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라며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 지급으로 인한 단기 타격을 막고 주주와 투자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방향으로 LG와 합의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LG는 그동안 일관되게 주장해 온 조원대 합의금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실익이 크다. 배터리와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최대 시장 미국에서 인정받은 점도 의미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배터리 리콜 비용으로 2020년 4분기 적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소송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가 사라지고 올해 상장 계획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합의금 2조원은 코나 전기차 등 전기차 리콜 비용 5550억원을 상쇄하고도 남는 규모다.

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전기차 배터리용 셀을 들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조원대 합의금 지급에 따른 아쉬움은 있지만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를 비롯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물밑 합의를 촉구했다는 점에서 명분을 얻은 협상으로 해석 가능하다.

중장기 재무부담은 불가피하다. SK는 2020년 창사 이래 최대인 2조568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자산 매각과 자회사 지분 매각 및 상장 등으로 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보상금을 마련할 여력은 충분하다. 2020년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유동자산은 13조3104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상장과 윤활기유 사업 지분 매각, 페루 광구 매각 등으로 2조~3조원의 현금성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미국 시장을 철수하며 ITC 소송 항소,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 손해배상 소송을 이어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양사는 이미 소송 관련 비용만 각각 수천억원을 소모했고, 불안정한 소송을 지속할 경우 잠재 손실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패권 경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소송이 장기화 하면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R&D 투자까지 위축될 우려가 있었다"며 "양사 모두 소송리스크를 제거하면서 실리와 명분을 챙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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