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독자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매뉴얼 마련에 나섰다. 규제 방역이 아닌 상생 방역으로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환호하지만, 방역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수도권의 신규 확진자 비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핵심 지역인 서울에서 방역을 완화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유튜브 갈무리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유튜브 갈무리
"상생방역으로 민생+방역 지키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민생과 방역을 모두 지키는 상생방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이번 주말까지 서울형 거리두기 매뉴얼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매뉴얼은 신속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고,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영업시간 적용이 골자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등에 ‘유흥시설·식당 등 형태별 분류 및 맞춤형 방역수칙 의견제출 요청’ 공문을 발송하고 의견 취합에 나섰다.

공문에 따르면 서울시는 업종별 특성을 반영해 영업 가능 시간을 ▲유흥·단란·감성주점 및 헌팅포차 오후 5시~12시(새벽) ▲홀덤펌과 주점 오후 4~11시 ▲콜라텍과 일반식당 및 카페는 기존처럼 오후 10시까지로 세분화했다.

오 시장은 "업종·업태별 맞춤형 방역수칙을 수립해 기존 방역수칙을 대체하고자 한다"며 "중대본과 협의를 거쳐 현장의 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방역 책임도 확실히 묻겠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매출 타격을 최소화하되, 방역수칙은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며 "이를 위반한 업소에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적용해 사업주의 책임과 의무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했다.

환호하는 업계 "적극 협조하겠다"

그간 업종별 차등화를 요구해온 업계는 오 시장의 청사진에 환호하는 모습이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를 비롯한 일부 협회는 서울시의 업종별 방안 검토 지시에 대해 CCTV 녹화분 보관을 의무화하는 등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영업 정지 기간이 길어지자 숙박시설에서 주점을 운영하거나 문을 닫고 영업하는 등 불법이 판을 쳐 감염경로조차 알 수 없는 사례가 많다"며 "영업시간을 풀어주는 대신 방역을 강화하는 서울시의 새 거리두기 방침이 오히려 불법 영업을 막아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그간 영업시간을 업종별로 달리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한국외식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영업시간 조치를 천편일률적으로 오후 10시로 제한하기 보다는 현실을 고려해 업종별로 달리해야 한다"며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식당은 영업시간을 자정까지, 자주 발생하는 업종은 제한을 강화하는 등의 방침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 "위험한 결정" 우려

방역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계획을 두고 위험한 결정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한다. 업종 특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영업시간 연장에 앞서 해당 장소가 안전한지를 따져야 한다"며 "유흥업소 영업이 재개된 뒤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행 상황이 안정화되면 해당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지만, 현재는 4차 유행이 거론되는 상황이다"라며 "유흥업소 등이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 시간만 늘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유흥시설의 영업시간을 연장해도 감염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근거가 확실하다면 논의해볼 법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서울시 초안이 마련되는대로 협의할 예정이다"라며 "각 지자체에서 특별 거리두기 조치를 하면 중대본 협의를 거치고 발표해왔기 때문에 서울시도 같은 절차를 따를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윤 반장은 다만 "감염병은 사람 간 이동에 따라 바이러스가 이동하면서 전파되기에 특정 지자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밀집하고 면적이 좁은 국가에서는 중앙과 지방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