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 고객 간담회에서 소통을 강조한 넥슨이 ‘고객 자문단’ 카드를 꺼냈다. 업계는 고객 자문단이 넥슨의 고객 소통 활성화의 첫 걸음이 돼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을 높인다.

고객 자문단 운영 계획을 밝힌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고객 자문단 운영 계획을 밝힌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 /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 채널 캡쳐
11일 열린 메이플스토리 고객 간담회에서 운영진이 가장 많이 반복한 말은 ‘소통’이다. 가장 문제로 지적된 부분도 바로 소통이다. 이날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이용자와 소통을 위해 정기 간담회 개최와 고객 자문단 운영을 약속했다.

메이플스토리 측은 간담회에 참석한 총대(유저 대표) 10명을 중심으로 15~20명 규모의 1기 고객자문단을 꾸리기로 했다. 자문단은 6개월 단위로 새롭게 꾸려질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활동 지침이 나오진 않았지만 넥슨은 고객 의견을 듣는 주요 대화 창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간 메이플스토리 운영진과 총대 간 비공식적 소통 창구가 있었다. 양측은 이를 통해 간담회 일정과 질문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이번 자문단은 공식 소통 창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게임사가 자문단을 운영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용자 의견을 가장 적극 받아들여야 하는 게임사가 지금까지 고객 자문단을 운영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2012년 네오위즈에 게임문화자문단이 방문해 건전 문화 확립방안을 모색한 경우가 있었지만 일회성이었다. 넥슨 지주사인 엔엑스씨(NXC)도 2013년부터 어린이 자문단을 꾸준히 운영 중이지만 교육 프로그램에 가깝다.

이렇다 보니 이용자들은 게임사에 불만을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공식 창구인 고객센터 조차 미흡한 운영 방식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고객센터 건의사항이 운영진에 전달이 제대로 안돼왔다는 게 이번 간담회를 통해 밝혀졌다. 고객센터는 이용자의 질문에 동문서답 하거나 낮은 게임 이해도로 제대로 된 답변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소통 창구의 필요성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넥슨 관계자는 "이번 고객 자문단은 본격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문단으로 뽑힌 간담회 참석 유저 대표에 대한 이용자들의 여론은 우호적이다. 이용자들은 간담회에서 보여준 유저 대표들의 준비성 덕분에 요구 사항이 넥슨 측에 잘 전달됐다는 반응이다.

이장주 박사(이락 디지털문화연구소장)는 "고객 자문단을 꾸릴 때 가장 중요한 사안은 바로 이용자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이다"며 "유저 대표들이 이용자의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문단은 넥슨의 고객 소통 활성화의 첫 걸음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넥슨은 고객 소통 활성화 방면에서 마비노기라는 좋은 선례가 있다. 마비노기는 3월 13일 간담회 이후 건의 알림판을 개설하며 진행 중인 개발사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마비노기 관계자는 "건의사항 알림판 신설과 서버머신을 교체하며 이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고쳐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게임 아이템 및 유저 인터페이스(UI) 등 총 30건 이상의 콘텐츠 개선 및 버그 수정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남은 개선사항도 이용자와 꾸준히 소통해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조경준 기자 joju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