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이어간다. 래디쉬에 이어 지그재그, 타파스미디어 등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몸집을 키워 신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이같은 카카오의 행보에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도 미소를 띤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활성화를 이끈다는 평가다. 다만 지분 확보에 따른 경영 부담은 과제다.

/ 카카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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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여성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 운영사 크로키닷컴,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의 지분 인수 등을 추진한다. 카카오 측은 각각의 인수 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카카오가 각종 플랫폼 스타트업 인수에 나선 이유는 신사업 강화를 위해서다. 래디쉬와 타파스미디어의 경우 글로벌 공략을 강화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시너지가 예상된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네이버에는 맞불 성격으로도 풀이된다. 지그재그는 카카오커머스 사업에서 패션 분야를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톡에 쇼핑탭을 신설하는 등 카카오커머스에 힘을 싣고 있다.

카카오의 M&A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카카오는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한 이후 적극적인 벤처투자 및 M&A를 이어왔다. 현재 멜론과 카카오페이지, 카카오페이증권의 전신인 로엔엔터테인먼트, 포도트리, 바로투자증권를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엑스엘게임즈, 리모트몬스터 등을 인수했다. 카카오의 연결대상 종속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15개사에 달한다.

카카오는 기업을 인수한 후 이들 기업이 성장하면 독립시키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빅딜’ 위주로 공격적인 M&A를 펼쳐온 셈이다. 주로 투자나 지분 교환을 통한 파트너십에 집중해온 네이버와는 다른 전략이다. 네이버가 최근 왓패드를 인수하긴 했지만 국내 스타트업이 아닌 글로벌 기업을 택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카카오의 M&A전략에 스타트업 업계는 환영의 목소리가 낸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에선 M&A를 통한 엑시트 사례가 많지 않은 가운데 카카오가 모범사례를 만들고 있다는 반응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그동안 국내 M&A가 많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부분이 있어 긍정적 흐름이다"라며 "엑시트가 많이 일어나야 스타트업에 투자했던 자본도 회수되고 창업자나 인력이 재창업에 나서거나 투자자로 변신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 해외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가 스타트업으로 출발해서 성장한 기업이고 또 카카오벤처스 같은 CVC를 운영하다보니 일종의 DNA라고 할까 스타트업 생태계에 좀 더 적극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벤처캐피탈(VC)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국 엑시트 시장이 너무 제한적이라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대형 IT기업의 적극적인 M&A로 이제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다양한 엑시트 옵션이 생겼다"며 "또 이처럼 큰 기업이 공격적으로 M&A를 하게 되면 인수 금액이 커져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활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단순 투자가 아닌 지분 인수인 만큼 카카오의 경영에 부담이 클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형 기업의 지나친 몸집 불리기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VC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다소 비싸게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며 "네이버는 돈을 많이 버는 가운데 투자를 이어가는 반면 카카오는 주식 교환인 경우가 많아 만약 시장이 침체되거나 경기 하락 국면이 오면 카카오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했다.

최성진 대표는 "카카오가 사업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꼼꼼하게 돼 있다"며 "카카오나 네이버도 이미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돼 관련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규제당국에서 살펴볼 문제고 M&A 자체를 우려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장미 기자 mem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