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신시장 선점을 위해 예산 1조원을 투자하는 ‘PIM(지능형메모리·Processing In Memory)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이 기획단계부터 석연치 않다. 첫 그림을 그리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의 기획 단계인 용역 선정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사업 공고 기관인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첫 공고 후 수주 희망 업체가 한 곳도 없었다. 배정 예산이 5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어 발생한 일이다.

최근 한국연구재단 ITTP의 입찰 의뢰를 받은 조달청은 나라장터에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용역’에 대한 재공고를 냈다. 3월 15일 기획연구 용역 공개 입찰 공고를 처음 제출한 후 2주만에 다시 나온 재공고다.

조달청은 기획연구 용역에 대한 재입찰은 7일 개시한 후 18일 오후 6시 마감한다. 개찰은 19일 오전 11시다. 용역비는 5000만원이며 계약 기간은 6개월 간이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에 대한 예타와 사업 기획 등 제반업무를 지원한다.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용역’ 입찰 재공고 / 조달청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용역’ 입찰 재공고 / 조달청
IITP 관계자는 재입찰 공고를 낸 이유에 대해 "현재 PIM 반도체 예타가 진행 중이고, 이 사업은 2020년부터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작년부터 도와줬던 용역 업체가 착오가 있어 나라장터 용역 공고 후 지원을 못했으며, 등록하려고 했는데 실무자가 다른 용역 지원 준비 등으로 너무 바빴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용역 공고에 입찰자가 없는 일은 간혹 있다. 하지만 재공고 이유에 대한 IITP의 설명 내용에 의문이 남는다. 1차 공고에 참여 업체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전부터 도와주던 용역업체의 착오로 지원을 못했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용역’은 처음부터 수의계약 형태가 아닌 경쟁입찰 형태다.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용역 입찰 재공고 / 조달청
‘PIM 인공지능 반도체 핵심기술개발사업’ 기획연구 용역 입찰 재공고 / 조달청
PIM 반도체 관련 사업의 용역에 특정 업체 외에 1차 입찰 공고에 참여 업체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 PIM 반도체 분야는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진행하는 사업이다. R&D 기획에 관심이 있는 업체가 단 한 곳 밖에 없었다는 점은 의문이 들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4월 차세대 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예타사업)을 발표했다. AI 반도체 설계 분야에 2020년부터 2029년까지 247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0월에는 2029년까지 AI 반도체 예타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2월 1조원 규모의 PIM반도체 예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용역 사업은 연구개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획하는 사업이다. 규모는 5000만원 정도지만, 정부가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의 첫 단추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 이후는 줄줄이 어긋난다.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될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중요한 과제인만큼 체계적이고 투명해야 한다.

정부 한 관계자는 "조달청의 나라장터 용역 공고에 참여 업체가 없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며 "1차 사업에 진행했던 업체가 2차에도 참여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불공정 거래가 있었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조연주 인턴기자 yonj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