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웹소설 불공정 계약 만연…네이버·카카오 '나몰라라'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4.14 06:00
웹툰·웹소설 업계에 ‘불공정 계약'이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에이전시가 작가들의 저작권을 갈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웹툰·웹소설 플랫폼은 불공정 계약의 책임이 에이전시에 있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에이전시에 적극 투자하면서도 불공정 계약은 묵인하며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웹툰 / 네이버웹툰 화면 갈무리
웹툰·웹소설 업계에서 ‘지적재산권(IP)’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스위트홈·승리호·킹덤 등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끈 웹툰·웹소설 IP가 속속 등장해서다. IP를 확보해 영상화 등을 통해 2,3차 저작물로 확대하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에 신진 작가, 작품 발굴 경쟁이 벌어졌다.

문제는 IP 발굴, 확보 과정에서 작가에게 매우 불리한 불공정 계약이 빈번히 체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전시가 IP의 이용허락에서 나아가 저작재산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을 모두 가져가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작가-에이전시 등 사업자 ‘불공정 계약' 만연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웹툰 등 26개 사업자들의 웹툰 연재계약서를 심사해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사업자의 무단 사용 조항’을 발견, 시정 조치했다. 웹툰 연재계약 체결 시 사업자가 ‘2차적 저작물 사용권’을 포함한 권리까지 설정, 사실상 별도 합의해야 하는 작가의 2차적 사업권을 부당하게 위임받는 조항들을 발견해 무효 조치한 것이다.

불공정 계약으로 사업자가 2차적 저작물 사용권을 통째로 가져가면, 작가들은 더 좋은 조건에서 자신의 저작물을 거래할 기회를 빼앗긴다. 별도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 작품이 영화로 제작돼 흥행해도 수익을 배분받기 어려워진다. 당시 공정위는 "콘텐츠의 2차적 저작물 사용 권리를 설정할 땐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시정 조치 이후 사업자가 2차적 저작물을 가져가는 형태의 불공정 계약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불공정 계약은 더욱 교묘한 형태로 진화했다. 창작에 직접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에이전시가 작가들과 ‘공동저작권’을 갖고 있다고 명시하는 형태의 계약이 사례다.

2018년 공정위 시정조치 이후 변형된 꼼수 등장 ‘공동저작권 설정'

웹툰, 웹소설 작가들의 법률 상담 등을 진행해온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는 "공정위의 시정조치 이후 저작권을 받기 위한 변형된 꼼수가 ‘공동저작권' 설정이다. 저작권법상 공동저작자가 되려면 창작적 표현에 본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단순히 기획하거나 투자했다고 공동 저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저작물을 직접 창작하지 않은 에이전시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법리적 요건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그림작가, 글작가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공동저작권을 설정해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분할해 공유하는 형태의 계약들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동저작자의 권리를 공동 보유한 사업자들이 (사업화 추진의 효율성을 목적으로)‘대표권'을 설정한다. 서 변호사는 "여기까지는 저작권법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창작자들이 대표권 행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사에 따르지 않는 경우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고, 이러한 금지의무를 위배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항을 둔다. 이는 별지나 사후적 합의서를 통해 제시된다. 결국 작품을 만든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자유롭게 행사하는 것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임애리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도 "위와 같은 상담 사례가 정말 빈번하다. 에이전시들은 저작권 확보에 유리한 측면이 있어 그림, 콘티, 채색 작가들을 쪼개서 계약한다. 그리고 이들을 공동저작관계로 묶고 에이전시 자신들이 대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명시적 위임 조항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설사 에이전시의 대표권을 설정하지 않는다고 해도, 작가들은 공동저작으로 묶였다는 관계 때문에 위축이 된다. 저작권 행사 자체를 꺼리고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새로운 콘텐츠 생산 방식으로 나타난 ‘공장형 공동 생산 방식'에서도 불공정 계약이 빈번하다. 서 변호사는 "고용관계가 아니라 용역, 도급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창작한 사람에게 저작권이 발생한다. 저작권 양도 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창작자가 대금을 받은 후에 저작권을 양도시키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어야 하는 것이 법리상 맞다. 그리고 저작 인격권은 양도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재산권만 사업자에게 넘기는 형식의 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계약서들을 살펴 보면 ‘창작과 동시에'. 즉 작품을 납품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사업자에게 저작권이 발생한다는 내용의 불공정 계약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작품의 대금을 받지 못했는데도 이미 일방적으로 사업자에게 저작권이 발생하는 내용의 불공정 계약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작가들 ‘계약상 비밀의무 조항' 족쇄 문제제기도 어려워

불공정 계약이 빈번하지만 작가들은 문제를 제기하기도, 계약서를 고치려 나서기도 어렵다. 에이전시 등 은 계약 체결시 작가들에게 비밀유지 의무 등을 부여한다. 작가들은 변호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조차 우려한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에 따르면 한 플랫폼은 작가들에게 메일을 보내 ‘계약 조건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변호사라도 안 된다’며 협박한 한 사례도 있다.

중소형 작가들은 업계에서 ‘까다로운 작가'로 낙인 찍혀, 주요 플랫폼에서 연재할 수 없는 것을 우려해 부당한 계약 조건을 감내하는 경우도 잦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불공정 계약을 경험한 웹툰 작가는 50.4%로 두 명 중 한 명 꼴이었다. 불공정 사례로는 제작사에 유리한 일방적 계약(18%)이 가장 많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불공정 계약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면 시정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심사로 계약 불공정성이 파악되면 이 조항의 수정, 삭제 등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웹툰 등 주요 플랫폼은 불공정 계약이 전적으로 에이전시 등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계약 체결 관행에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플랫폼이 에이전시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만큼 불공정 계약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저작권을 작가가 가지는 구조로 계약하고 있으며, 네이버가 투자한 파트너사 역시 불공정 계약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지는 기획사, 투자 기업에서 불공정 계약이 전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지측은 "우리 계약서에는 공동저작권이라는 용어조차 없다.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되고 불공정 계약 사례도 파악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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