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나라가 백신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만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노력과 대비책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다. 백신 접종률과 수급 상황이 개도국보다 뒤쳐진 상황에서 나온 현실감 없는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아직도 현실 파악이 되지 않는 것이냐는 전문가들의 따가운 지적도 쏟아진다. 국민 심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닌 이유다.

세계 각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초기의 한국 위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초기 한국을 참고하던 세계 주요국은 접종률이 낮은 한국을 거들떠보지 않는다. 서서히 일상으로 회복하는 이스라엘 사례를 참고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백신 확보 실패가 낮은 백신 접종률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백신을 먼저 접종받는 다른 국가를 살펴볼 수 있어 다행스럽다’는 말을 할 시간에 전문가 조언을 듣고 백신 확보에 조금이라도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상황이 180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도 철 지난 K방역만을 운운한다. 자신했던 모더나 등 주요 백신 확보에는 감감무소식이다. 다양한 백신 확보에 실패한 정부가 논란 가득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노바백스 백신 도입을 서두르는 모습에 국민 실망감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

정부의 ‘눈 가리고 아웅’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백신 확보 전략이 잘못됐음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전문가와 현장 조언을 귀담아듣고 이를 토대로 한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시급하다. 우물 밖 상황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내다보고 현실을 마주하기 바란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