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테슬라 이용자, e핏 어댑터 사용 두고 갑론을박

이민우 기자
입력 2021.04.20 06:00
현대차 그룹은 최근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급속 충전소 E-핏을 설치했고, 추후 설치 지역을 늘린다. E-핏은 국내 전기차 충전 표준인 CCS1 DC콤보 충전기를 사용한다. 초급속 충전에 해당하는 800V급을 제공하며, 표준 어댑터를 채용하지 않은 차량은 충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독자 충전 단자를 쓰는 테슬라 차량 이용자는 DC콤보 충전기 사용시 추가 어댑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테슬라가 상반기 중으로 정품 DC 콤보 어댑터를 출시하더라도 E-핏은 사용할 수 없다. 다른 규격을 이용하는 탓이다. 결과적으로 E-핏 이용을 두고 차량 이용자간 갑론을박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무턱대고 테슬라 이용자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충전 표준을 따르지 않은 테슬라의 태생적 한계 탓이다.

4월 전국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구축된 초급속 전기차 충전소 E-핏 / 현대자동차 그룹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의 고속도로 내 초급속 충전소 설치는 요원한 일이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공공 부지인 만큼 한국도로공사와 우선 교감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양측간 협의는 없었다.

테슬라 운전자는 고속도로 내 초급속 충전소를 이용할 때 어려움이 크다. 충전단자 호환성 문제 때문이다. 테슬라는 국내 표준으로 권고되는 CCS1 DC 콤보 타입이 아닌 독자적인 충전 단자를 쓴다. CCS1 DC 콤보 단자 충전을 하려면 어댑터를 사용해야하는데 아직 KC인증평가를 거치는 단계로 국내 시장에 공식출시되지 않았다.

4월 개소된 고속도로 휴게소 초급속 충전소인 E-핏은 국내표준인 CCS1 DC 콤보 단자를 사용한다. 테슬라 차량은 당장 어댑터 이용 자체가 불가해 충전 자체가 안된다. 어댑터를 쓰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E-핏이 800V 고전압을 사용하는 초급속 충전 시설인만큼, 테슬라용 어댑터를 쓰더라도 자칫 차량 고장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테슬라는 초급속 충전기로 ‘슈퍼차저’를 운영 중이지만, 4월 기준으로 고속도로 상에 설치된 곳은 없다. 호텔이나 대형쇼핑몰 위주로 충전소가 설치됐다. 고속도로 주행 중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테슬라 운전자는 고속도로에서 이탈해야 한다. E-핏을 사용할 수 없는 테슬라 운전자 입장에서는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 추세에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일부에는 어댑터만 쓰면 테슬라 차량도 충전 가능한 차데모 급속 충전기가 있지만, 확충은 어렵다. 정부 방침에 따라 초급속 충전기의 표준이 CCS1 DC 콤보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고속도로 내 테슬라 초급속 충전을 위해선 휴게소용 슈퍼차저 배치가 필요하지만, 테슬라는 한국도로공사와 고속도로 내 슈퍼차저 설치 사업에 대한 교류가 없다.

테슬라에서 운영하는 초급속 충전소인 ‘슈퍼차저’ / IT조선 DB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도로공사가 테슬라와 고속도로 휴게소 내 슈퍼차저 설치 관련 논의를 한다 하더라도, 테슬라의 독자적인 충전 단자에 대한 지원 여부를 놓고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테슬라 운전자는 공공부지인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E-핏 설치 시 표준 관련 제한을 두는데 불만을 터뜨리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다른 CCS1 DC 콤보차 운전자의 생각은 다르다. 전용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는 테슬라가 먼저 깔았지만, 공공부지를 사용하는 E-핏의 구축과 운영비 지불, 고장 시 장애 해결 등은 현대차가 부담한다. 테슬라 차량 이용자를 위해 별도의 혜택을 줄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E-핏에 사용되는 부지는 한국도로공사와 현대차 간 협약에 따라 제공된다. 부지 관련 추가 이용료는 없지만, 도로공사는 E-핏 부지를 제공하고 현대차는 수소충전설비와 시설 구축 등을 진행한다. 정부와 기업이 국내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합의한 대가로 E-핏 부지가 제공된 셈이다.

또 다른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E-핏은 현대차만의 사업이 아니라 정부 측과 협의해 만든 국내 표준형 CCS1 DC콤보 충전 인프라다"며 "테슬라 운전자 입장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어댑터 사용 문제의 단초는 국내표준과 다른 테슬라의 독자 충전 방식에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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