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1월 출범 이후 대(對)중국 강경 기조를 이어간다. 중국의 첨단 기술·IT 굴기에 제동이 걸기 위한 목적이다. 직간접적 영향권에 들어온 우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IT 연관 산업에는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길이 막히는 불안요소가 있지만, 미 정부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에 부합할 경우 경영 환경에 날개를 다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IT조선은 [바이든 시대 韓 IT] 시리즈 연재를 통해 바이든 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춘 산업별 해법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분야는 미국과 중국 간 자존심 싸움이 가장 큰 분야다. 2035년까지 세계 대부분 국가가 내연차에서 탈피할 것을 선언한 가운데, 전기차는 광물소재와 배터리·반도체 등 주요 후방산업과 미래IT사업을 묶는 중심 축이다. 미국·중국을 경쟁자이자 동반자로 두고 있는 한국과 현대자동차·기아는 지금의 선택이 향후 전기차 시대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맞서 미국 전기차 내재화를 추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백악관
중국의 전기차 굴기에 맞서 미국 전기차 내재화를 추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백악관
바이든 행정부는 주요 경쟁자인 중국 견제를 위해 내재화에 나선다. 중국은 전기차 굴기를 선언하면서 노골적일 정도로 자국 전기차 기업과 중국산 부품을 사용한 전기차를 밀어준다. 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에 질세라 정부 중심의 ‘미국산 전기차 밀어주기’ 정책을 시행중이다.

1월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바이 아메리칸은 미 연방정부가 물품조달시 미국산을 우선 사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관용자동차 300만대를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포드 등 미국 전기차 기업에게 희소식이지만 현대·기아는 고민을 갖게 됐다.

현대차·기아도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보유했지만 아직 내연차 공정만 진행한다. 테슬라 등은 미국내 전기차 공장을 보유했으며 포드도 디트로이드와 미시간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확장한다. 현대차·기아도 미국 시장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현지 전기차 생산라인을 세워야하는데 1차 과제인 ‘해외공장 생산라인 신설 시 노사협상’을 단시간 내 돌파하는 것이 요구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아이오닉5 맨아워 협상처럼 현대차·기아의 미국 진출 관련된 가장 큰 관문 중 하나가 노사문제 협의라고 본다"며 "임금단체협상이나 해외에 국내 생산 모델의 신규 라인 신설시 노조와 협상을 거쳐야하는 등 단계가 있는데, 미국 시장 공략에 현지 전기차 생산 공장이 필요한만큼 정부에서 지원이나 교통정리에 나서야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아이오닉5 / 현대차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아이오닉5 / 현대차
자동차 업계는 현대차의 경쟁력의 쌍두마차를 E-GMP와 제네시스로 평가한다. 아이오닉5와 EV6가 E-GMP의 500㎞ 주행거리를 아직 담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지만, E-GMP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전용플랫폼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의 기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 GM과 포드는 이제야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하는 단계이거나 아직 미개발 상태다. 포드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인 모듈식 전기구동 매트릭스(MEB)를 받아쓰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최대 3년간 정도 유예기간이 있다. 아이오닉5와 EV6를 바탕으로 정보를 습득해 시장 전략으로 활용하기에는 적절한 기간이다.

2020년 미국 시장에서 부진했던 제네시스는 ‘GV80’의 미국내 사고로 안전성이 주목받으면서 브랜드 확장 기회가 눈앞에 왔다. 2021년 1분기 총 8000대가 판매됐는데 2020년의 2배 넘는 판매량 증가다. 현대차 그룹 최고 기대주인 E-GMP기반 ‘제네시스 JW(개발명)’가 공개될 경우 이목을 더 집중시킬 수 있다.

전기차 성능이 주행거리로 직결되는 경향으로 인해 외면받지만 미래의 '이동형 에너지 저장소' 수요를 고려해 투입한 V2L 기능도 경쟁력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소비자의 주행거리 만족 마지노선인 500㎞ 달성은 시간과 차종에 따라 해결 가능한 문제다. 500㎞ 주행거리가 해결되면 주행거리 이슈에 빛을 못본 V2L이 E-GMP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김필수 교수는 "현대차 그룹은 전기차 시장에 앞서 M&A와 기업간 합종연횡 등 다양한 준비를 진행해왔다. 1년사이 기업가치를 대폭끌어올린 것이 증거다"라며 "아이오닉5와 E-GMP는 세계에 통하는 수준의 플랫폼으로 아직 선진국이나 테슬라 대비 부족한 자율주행 기술을 보완하면 성공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