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주도하는 간편결제 시장에 금융사가 연이어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서로 견제하며 칼날을 겨누던 양 진영의 합종연횡이 이어진다. 간편결제 시장 후발주자인 금융사는 빅테크 기업과 손잡고 관련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자 한다. 빅테크 기업은 금융사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방침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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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통합 간편결제 서비스인 '신한페이'를 선보이고 서비스 고도화에 나섰다. 신한페이는 기존 신한페이판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신용·체크카드 결제, 계좌 결제 등을 활용해 신한카드의 모든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그동안 신한페이판을 이용하기 위해선 실물카드 등록이 필요했지만, 간편결제 서비스인 신한페이 덕분에 실물카드 없이도 결제할 수 있다.

앞서 KB금융그룹도 기존 서비스를 대폭 업그레이드한 ‘KB페이’를 선보였고, 우리금융지주 역시 ‘우리페이’로 간편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금융사 "하루 4500억원 규모 시장 버릴 수 없어"

금융사는 일평균 4500억원 규모의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을 버릴 수 없다. 금융소비자의 결제 패턴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추이(단위 : 억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 / 그래프 = 김동진 기자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추이(단위 : 억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 / 그래프 = 김동진 기자
한국은행이 공개한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액은 2016년 645억원에서 2020년 4492억30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실물카드를 들고 다니기보다는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금융소비자가 크게 늘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도 간편결제 시장이 급팽창한 배경 중 하나다.

도입을 넘어 정착으로 접어든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을 지켜만 볼 수 없었던 금융사는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자인 빅테크에 손을 내밀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동지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빅테크와 금융사는 앙숙이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시장을 잠식하면서도 금융 규제는 피하는 빅테크가 눈엣가시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후발주자로 간편결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금융사들은 빅테크의 기술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빅테크도 금융사가 보유한 다양한 고객층이 매력적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자 합종연횡에 속도가 붙는다.

우리은행은 4월 9일 네이버와 금융·IT를 융합한 디지털 혁신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융과 플랫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등 상호협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6일 스테이지파이브와 업무협약을 맺고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신규 서비스 발굴에 나섰다. 스테이지파이브는 2017년부터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된 기업이다. KB국민은행은 3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손잡고 금융에 특화한 AI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후발주자인 금융사는 빅테크가 보유한 각종 기술에 기존 금융서비스를 융합하기를 원한다"며 "빅테크 입장에서도 금융사가 보유한 고객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소비자 저변을 넓히고 서비스를 고도화할 기회이기 때문에 활발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편결제가 반짝하고 말 서비스가 아닌 향후 주류 결제 방식으로 자리잡을 전망이기 때문에 금융사와 빅테크의 협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