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불지른 ‘배송비 무료' 마케팅 전략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신세계 이마트는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을 돌려주겠다’며 받아쳤고, 롯데마트는 500개 생필품 가격을 최저가로 맞추고 포인트 적립율을 5배 올렸다. GS리테일과 CU도 가격이 급등한 채소류의 최저가 판매에 돌입했다. 그간 가격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던 마켓컬리도 ‘100원딜'과 ‘무료배송'을 앞세우며 최저가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통업계는 코로나19발 경기 불황을 기회삼아 가격 경쟁을 벌인다. 불경기 일수록 가격 경쟁을 통한 소비자 유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장기 불황을 겪는 일본에서 ‘가격 할인'으로 크게 성장했던 돈키호테가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10원 단위 최저가 경쟁이 유통업계와 소비자 모두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저가격으로 당장은 소비자를 끌어모아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저가경쟁에 따른 왜곡된 유통시장을 향후 정상화 할 때 진통이 크다. 제조사와 납품업체 역시 낮은 가격에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탓에 퇴출 위기에 놓이고, 잘못하면 독과점 구조 형성에 따른 물건 품질 하락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불황 당시 ‘10원 전쟁'을 펼쳤는데, 현재의 상황은 이전보다 더 치열하다고 평가한다. 대형마트 위주의 10년전 최저가 경쟁과 달리, 현재는 매장 운영비와 인건비가 적은 온라인 오픈마켓을 상대로 가격전쟁을 치뤄야 한다.

온·오프라인 최저가 전쟁에서 피가 마르는 것은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유통망끼리 가격 경쟁이 벌어지면 납품 업체를 쥐어짜 단가를 낮추려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다"고 말했다.

타 업체와 달리 홈플러스가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끈다. 홈플러스 측은 최근 ‘10원 전쟁’이 아닌 양질의 품질과 서비스 등 ‘가치 소비'에 중점을 둔 판매 전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가 10원 전쟁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실효성'이 있다. 최저가 경쟁 중심에 있는 상품의 경우 평소 소비자 구매량이 적고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경우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대신 MZ세대 등 소비자 사이에 부는 ‘가치 소비' 중시 흐름에 주목했다. 소비자는 과거와 달리 가격보다 제품을 통해 느끼는 만족도와 가치 등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의 철학은 e커머스와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그 배경에는 ‘로켓배송'이라는 확실한 차별화한 전략이 있다. 마켓컬리 역시 새벽배송을 통해 장 볼 시간이 없는 워킹맘의 아침 고민을 해결해주며 호평을 받았다. 배달 플랫폼 3위인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이 점령한 국내 배달업에 참전한 후 배달 시간을 경쟁업체보다 반이상 줄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가격이 아닌 ‘차별화’와 ‘가치 소비’ 중심의 전략으로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는 데 있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한다는 10원 전쟁은 이제 식상한 전략이다. 주요 소비자의 세대가 확 바뀌었다. 고리타분한 가격 경쟁이 아닌 변화한 소비자에 맞는 마케팅으로 위드 코로나19 시대 시장 전략을 새로 짜야할 것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