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5는 현대자동차 그룹의 전동화 시대 참전을 알리는 선봉장이다. 포니에서 영감을 받은 듯 투박한 스타일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외관을 택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를 어떤 감각으로 보는지 전하는 차량이다.

현대차그룹에서 처음 출시하는 전기차인만큼 많은 기대와 실망이 오갔던 화제의 대상이기에 아이오닉5 시승은 어느 때보다 설레고 신경쓰였다. 2시간 넘게 경험한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의 전동화 시작을 알리는 모델로 충분한 완성도를 갖췄다.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주행 모습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주행 모습 / 현대자동차
IT조선은 21일 오후 하남 스타필드와 남양주를 오가는 구간에서 아이오닉5를 시승했다. 시승한 차량은 아이오닉5 롱레인지 2륜구동 모델 프레스티지 트림이다.

복합전비는 4.9km/㎾h이며 옵션으로 ▲컴포트 플러스▲파킹 어시스트▲디지털 사이드 미러▲비전루프▲빌트인캠▲실내V2L 기능이 추가됐다.

내연차 운전자가 전기차로 넘어가면서 이물감을 느끼는 부분 중 하나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거뒀을 때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발동되는 제동력이다. 회생제동 시스템이 발동하고 있을 때 가속페달을 밟지 않는다면 전기차 감속은 대부분 내연차보다 빠르다. 내연차에 익숙하면 전기차 운전 시 코너링·고속주행에서 어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이오닉5의 회생제동은 적절한 균형을 찾은 모습이다. 자동차 전용도로의 코너링 상황에서 주행을 뒷받침하는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고속주행하던 속도와 원심력을 제어하는 적절한 감속 능력 덕에 차체와 운전석 쏠림이 적었다. 짧은 차체에도 빠르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오게 하는 조향감이 오랜시간 운전대를 잡은 손에 남았다.

아이오닉5의 회생제동과 주행·제동시스템은 저속에서는 오히려 제동력이 강해 최근 본격적으로 50㎞ 제한이 적용된 시내주행에도 적합하다. 50㎞ 이하 속도에서는 가속페달만 사용해도 감속과 주행을 조정할 수 있었고 급정거시 감속도 빠른 수준이다. 시내주행시 운전자가 만날 수 있는 돌발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셈이다.

미쉐린 타이어와 알로이 휠을 사용한 아이오닉5 하단부와 차체 전면/ 이민우 기자
미쉐린 타이어와 알로이 휠을 사용한 아이오닉5 하단부와 차체 전면/ 이민우 기자
전기차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내연차보다 정숙성이 뛰어나지만 역설적으로 엔진구동음에 가려졌던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이 커진다. 노면소음과 풍절음은 운전자 승차감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전기차는 해당 부분을 해소하고 탑승객 피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노력중이다.

아이오닉5의 경우 노면 소음 문제는 주행 중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차체가 흔들릴 정도로 노면이 고르지 못한 곳을 제외하면 고속주행 대부분에서 노면소음을 느낀 적은 없었다. 시승차량은 프레스티지 트림이기에 20인치 미쉐린타이어와 알로이 휠이 탑재됐는데, 시장 1위 기술력의 미쉐린과 충격흡수력이 뛰어난 알로이 휠의 조합의 시너지 효과가 컸다.

풍절음은 고속주행 상황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아이오닉5의 경우 70~80㎞정도 주행상황에서는 이중 접합으로 구성된 차음유리 덕분에 풍절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100㎞수준 주행의 경우에는 풍절음이 점차 크게 들리기 시작했는데 내부 오디오를 사용했을 경우에 상쇄되는 수준이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공개 후 가장 논란이 됐던 주행거리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자동차 급속충전 시스템 체험도 제공했다. 현대 EV스테이션 강동에서 충전을 직접 진행했는데 5분 정도에 100㎞ 주행거리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주행거리가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전기차의 성능이기 때문에 아이오닉5가 당초 E-GMP 공개 당시 선언된 500㎞에 미치지 못한 것을 방어할 수는 없다. 대신 전기차 주행과 편의성에 영향을 끼치는 충전시스템에서 빠른 속도 충전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어 아이오닉5의 주행거리 우려를 상쇄시킬 수 있었다.

아이오닉5 시승중 체험한 급속충전 시스템과 V2L 기능 사용 장면 / 이민우 기자
아이오닉5 시승중 체험한 급속충전 시스템과 V2L 기능 사용 장면 / 이민우 기자
오히려 조금 아쉬웠던 점은 차박 부분이었다. 아이오닉5의 차박에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들어왔던 탓인지 준중형 모델의 태생적 특성을 해뎔할 정도까지의 공간감으로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오닉5는 3000㎜ 수준의 휠베이스로 인해 동급 차종 대비공간자체는 상당히 넓은 편이지만 해치백에 가까운 디자인 타입으로 천장에서 뒷범퍼까지 떨어지는 각이 넓은 특성상 차박에 널리 이용되는 SUV타입보다 경쟁력을 가지긴 어렵다.

E-GMP의 특성인 V2L(전기차 전원을 외부 전력기기에 연결하는 시스템) 기능의 적극적인 활용이 중요해 보인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