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분기 기대이상의 선전을 거두며 반도체 수급 부족에도 괄목할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 부족 장기화로 일부 생산라인 중단과 감산이 잇따라 2분기 생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전경 / 현대자동차 그룹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생산라인 전경 / 현대자동차 그룹
2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반도체 수급 부족은 2분기에 본격화돼 2021년 내내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 현대차는 4월 반도체 부족으로 울산·아산 공장 등 일부 공장에서 생산라인을 중단했다. 5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생산조정에 들어갈 계획으로 2분기 생산목표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현대차는 7~14일 전방 카메라 반도체 부족이 발생한 울산1공장의 코나와 모터 부품 문제가 발생했던 아이오닉5의 생산라인을 중단시켰다. 아산 공장이 맡았던 그랜저·쏘나타도 4일간 생산 중단이 발생했다. 아이오닉5의 경우 반도체 부족이 아닌 모터 수급 문제였지만 내연차보다 많은 반도체를 탑재하는 만큼 반도체 부족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에서 "자동차 수요의 빠른 회복에 따라 반도체 부품이 조기 소진되는 중이고 텍사스 한파·일본 르네사스사 클린룸 화재 등 외부요인으로 반도체 수급 어려움이 예상보다 장기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현재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발생한 일부 공장 생산라인 중단을 차종 전환 등 대책으로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반도체 수급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5월 이후 생산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지만 5월도 4월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현대차 그룹은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전기차 품목의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출시를 앞뒀다. 완성차업계는 기존 차종도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해 수개월 이상 출고가 지연되는 상황이다보니, 최악의 경우 아이오닉5 등 전기차 계약자들이 2022년에나 자동차를 탁송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대차 그룹은 2021년 전기차 라인업 중 최고 기대주인 제네시스 JW를 공개하고 2022년 아이오닉 라인업의 세단 모델인 아이오닉6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룹 전용 전기차 라인업의 첫 스타트를 끊은 아이오닉5와 EV6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감산에 들어갈 경우 추후 전기차 출시 전략과 판매 목표 수정이 불가피하다.

서 부사장은 "현재 시점에서 반도체 수급 부족에 따른 연간 생산 계획이나 수익성 수정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추후 반도체 수급 부족과 생산 차질에 관련된 내용이 있을 경우 애널리스트와 투자자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반도체 부족 품목별 우선 순위를 선정하고, 대체소자 개발을 추진해 생산차질을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연간 발주를 통해 반도체 부품 제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유연한 생산 계획 조정이 가능하도록 대처할 방침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