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와 아마존웹서비스(AWS)코리아 등 해외 기업이 형식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후 한국내 대리인 제도를 부실하게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나며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 대리인 제도는 2018년 9월 국외 사업자의 이용자 보호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해외사업자는 국내 대리인을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장치 마련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해외 기업들이 대리인 제도를 악용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식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 4곳이 국내 대리인을 지정했지만, 해당 대리인들은 별도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주소를 사용한다. 해당 주소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는 등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의 모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기업이 대리인 업무를 위해 형식적으로 별도 법인을 설립하면 국내법을 위반하더라도 제재가 쉽지 않다. 아마존은 2020년 국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행보를 보여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유한회사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할 경우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피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다.

AWS코리아는 2014년 유한회사 형태로 국내에 지사를 설립했지만, 2020년 10월 외부감사와 공시 의무를 피하고자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AWS코리아는 클라우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국내에서만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하지만 공시를 하지 않아 정확한 수익을 확인할 길이 없다.

신외감법에 따라 실적을 공시해도 문제가 남는다. 클라우드 빅3 중 하나인 구글클라우드코리아가 처음으로 실적을 공개했는데,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증가한 583억원, 영업이익은 1422% 늘어난 20억원이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2020년 매출(2737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제공되고 있는 만큼 국내 매출이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9월 공시가 예정된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정확한 수익 파악 역시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MS도 AWS코리아와 비슷하게 처음에는 주식회사 형태로 출범한 후 2006년 유한회사로 전환한 적이 있다. 당시 유한회사일 경우 재무구조나 지분구조에 대한 공시의무가 없다.

정확한 수익 파악은 세수 확보의 기반이 된다. 기업이 대내외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하는 것은 자유지만, 세금을 적게 내 거나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로 회사의 형식을 변경한다는 것은 기업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의 화두인 ESG 경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글로벌 기업에 활짝 열리고 있다. 기업이 국내에서 따라야 하는 의무는 적게 지고 이득만 취하려고 하면 소탐대실할 수 있다. 많은 수익을 챙겨가는 만큼 보다 책임감 있고 성실하게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