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거래설이 터져나왔지만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 될 분위기다. 삼성전자 TV사업 수장인 한종희 사장은 두 번씩이나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하며 사건을 진화했다.

삼성전자의 OLED TV 도입설이 어떤 연유로 흘러나왔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사안 자체가 너무 중대하다. 소문의 당사자들이 이번 이슈로 무엇을 얻었는지 살펴보면 윤곽이 드러난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TV용 OLED 패널 고객사가 되면 얻는 이점이 크다. 사실상 유일한 고객사인 LG전자에 을의 위치에서 OLED 패널을 공급을 해왔지만, 삼성전자가 합류할 경우 협상의 여지가 생긴다.

삼성전자는 LCD 가격 상승을 부추긴 중화권 기업에 OLED TV 진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과 다름없다. 그동안 LCD 패널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철저히 불리한 위치에 있었지만, 흐름을 바꾸는 데 성공한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하반기 양산하는 QD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관련 협상에서도 삼성전자가 끌려다니지 않고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종희 사장은 21일 IT조선에 해당 내용이 루머에 불과하다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상기하며 LG디스플레이와 TV용 OLED 패널 거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LG전자와 겹치는 OLED TV를 만들지 않겠다고 확언한 셈이다.

사장급 임원의 멘트는 다시 주워담기 어려울 정도로 업계 파급력이 크다. 말 한마디에 회사의 전략이 결정되거나 노출될 수 있어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단어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메시지에도 다 그만한 이유와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한 사장의 이번 발언은 그런 의미에서 상징성이 크다. CES 2020 당시 OLED TV를 영원히 내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절대 안 한다. 삼성전자는 (번인이 있는) OLED TV를 안 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한 발언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당분간은 비슷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양사는 결과적으로 OLED 실물 거래를 하지 않았지만, 얻고자 한 것을 얻었다. 각자 시장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조건으로 암묵적 거래를 마쳤다. 1%의 가능성은 남겨놨고, 잃은 것은 없다.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이들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