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배 칼럼] AI강국 코리아 꿈, 차라리 접자

김준배 취재본부장
입력 2021.05.03 06:00
희망고문 이었을까. ‘IT강국 코리아'의 잔상이 컸을까.

한동안 AI강국 코리아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었다. 2019년10월 문재인 대통령이 ‘IT강국을 넘어, AI강국으로' 캐치프레이즈 앞에서의 발표 사진은 내용 이상의 울림이 있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평가는 어떨까. 어느 누구도 우리가 AI강국을 향해 달려나간다는 말을 선뜻 꺼내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리했다. AI 논문 건수는 세계 9위지만 인용 건수는 31위다. 가치 있는 논문은 턱 없이 적다. AI 스타트업 수는 충격적이다.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 미국은 65개사, 중국이 6개사인데 우리는 한 곳도 없다. 지난해 IT조선 AI대상 시상식에서 만났던 스타트업 대표의 말이 번뜩 떠오른다.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그는 ‘한국엔 인재가 없고, 규제는 넘쳐난다'고 일갈했다.

최근 AI분야를 연구하는 톰 데이븐포트 뱁슨대 교수, 이유택 보스턴대·우송대 교수와 대담할 기회가 있었다. AI 수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앞서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강조한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갖고 있는 미·중 빅테크 기업이 치고 나가고 있고, 여기에 양국 정부가 힘을 싣고 있다.

조선DB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 차이는 벌어진다. AI는 기본적으로 데이터량이 기반이다. 데이터가 쌓이면 쌓일수록 AI 정확도는 높다. 이게 바로 AI 기술이자 경쟁력이다. 우리가 미국·중국보다 데이터가 많을까. 아니면 앞으로 더 데이터를 쌓을 능력을 갖췄을까. 자본도 딸리고 규제도 넘친다. 지금 우리가 열을 내며 쌓는 데이터는 어쩌면 강국들이 이미 수년 전 쌓아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거북이처럼 열심히 쫓아간다지만 그들은 토끼나 치타처럼 달려 나간다.

‘AI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IT강국 코리아’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 IT코리아는 땅덩어리가 작은게 이점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정부의 과감하면서 신속한 투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로 나타났다. ‘성공 사례’였고 이를 다른 국가들이 벤치마킹해 IT강국 명성을 누렸다.

AI는 다르다. 그래서 한국형 모델이 절실하다. 남들이 안하는 우리만의 모델을 찾아야 한다. 데이븐포트, 이유택 두 교수는 훌륭한 제안을 했다. 한국이 경쟁력을 지닌 산업 분야와의 접목이다. 단순히 AI를 생산 개선에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보유 데이터를 수집해 제품 경쟁력, 소비자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찾으라는 제안이다. 자동차, 가전을 말했지만 TV,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해운 등 여러 분야가 가능하다. 미국, 중국을 쫓아가다가 지칠게 아니라 우리만의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여러 명언을 남긴 오스카상 수상자 윤여정씨가 ‘1등' ‘최고'보다 ‘최중'(最中)이 되려고 한다고 했다. 최고의 자리가 그만큼 버거워서일 것이다. 큰 울림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무한경쟁 시장에 최중이 존재할까. 안타깝지만 없다. ‘위너 테이크 올’(Winner Takes All)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좁은 땅을 활용한 IT강국과 광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는 AI강국은 결이 다르다. 막연한 기대를 버리자. 우리만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그게 속편하고 1등 자부심을 갖게 한다. 일자리와 부가가치도 창출된다.

현실적으로 보자. ‘그냥 해보겠다'는 의미가 없다. 달성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카드'를 골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채 1년이 안 남았다. 과거 행태를 보면 진이 빠진다. 정권 연장이든 이양이든 산업계는 관심 없다. AI시대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살고, 국가 경제가 산다.

김준배 취재본부장 j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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