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콘텐츠 '저작권 갈취' 악순환

이은주 기자
입력 2021.04.29 06:00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지식재산권(IP)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들 콘텐츠가 세계 시장에서 숱한 성공을 거두며 콘텐츠 산업의 중심이 된 덕분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형 콘텐츠가 주목 받자, 여러 기업이 앞다퉈 IP 확보전에 나섰다. 이 부문 선두 네이버와 카카오를 따라잡으려는 후발 주자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매력적인 IP를 확보하려 기업은 공모전, 작가 발굴 및 양성 시스템을 구축한다. 집단 콘텐츠 창작 체제도 마련했다. 작가의 컨디션에 따라 작품 품질 및 연재 주기가 흔들리는 것을 막고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콘텐츠 개발 및 유통 역량을 가진 출판사, 콘텐츠 공급사를 적극 인수하고 있다.

그런데, IP 확보전이 뜨거워질수록 이면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저작권 갈취’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콘텐츠 작가에게 불리한 불공정 계약이 만연하다. 원래 작가에게 있어야 할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기업이 모두 가져가려는 꼼수가 대표적이다.

웹툰, 웹소설 작가들의 법률 상담을 진행해온 변호사들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기업이 작가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가져가는 일이 일어난다. 주요 플랫폼들이 투자한 에이전시나 스튜디오, 콘텐츠 공급사 등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에는 대놓고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가겠다'는 불공정 계약이 많았다.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를 시정하라고 권고한 후, 대놓고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가져가겠다는 불공정 계약서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불공정 계약 형태가 더욱 복잡하고 교묘하게 진화했다.

대표적으로 ‘공동저작권’을 설정하고 기업을 저작권 ‘대표권자'로 설정하는 방법이 있다. 관련 법률(저작권법)에 따르면, 창작에 직접 기여하지 않은 주체는 저작권을 가져갈 수 없다. 방송사가 드라마 작가의 작품에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저작권을 가져갈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 웹툰, 웹소설 업계에서는 단지 기획에 관여하고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업, 작가가 공동 저작권을 나눠 갖는다. 이후 기업을 대표 저작권자로 설정하고, 기업의 대표권 행사에 작가가 따르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두는 불공정 계약이 흔하게 체결되고 있다.

물론 작가들은 자신의 권리를 통째로 위임하는 것은 아닌지, 불공정 계약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작가 대부분은 이를 알고도 묵인해야 한다. 그래야 대형 콘텐츠 플랫폼에서 작품을 연재하는데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작가들은 행여 불공정 계약을 지적했다가 플랫폼과 업계로부터 ‘같이 일하기 불편한 작가’로 찍히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러다보니 불공정 계약을 알면서도 묵인한다. 손해를 볼 것을 감수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이를 다루는 변호사도 많지 않아 도움을 받기 어렵다.

플랫폼은 저작권을 갈취하는 불공정 계약이 에이전시, 콘텐츠 공급사 탓이라며 발을 뺀다. 이 사이, 플랫폼이 저작권 갈취를 방치 혹은 방조하는 동안 불공정 계약은 더욱 교묘해진다. 되려 더욱 빈번해진다. 이러다 불공정 계약이 업계 표준이자 관행이 되지 않을까 두려움마저 든다.

기업은 IP 확보전에만 신경써서는 안된다. 직접 계약은 물론, 기업이 투자한 콘텐츠 관계사가 불공정 계약을 일삼지는 않는지 관리 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

IP 경쟁은 장려할 일이나, 저작권 갈취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콘텐츠 생태계가 건강해져야 재능 있는 작가를 유인할 수 있다. 그래야 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다. 콘텐츠는 작가인 사람이 만든다. 작가를 우선시하는, 저작권을 제대로 인정하면서 IP 경쟁을 펴야 할 것이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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