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챗봇 서비스 이루다의 개발사 ‘스캐터랩'이 법을 위반했다고 28일 결정했다. 과징금과 과태료로 총 1억330만원을 부과했다. 개보위 결정이 스캐터랩과 소송을 벌이는 피해자 측에 힘을 싣는 등 영향을 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스캐터랩 소개 이미지 / 스캐터랩
스캐터랩 소개 이미지 / 스캐터랩
29일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스캐터랩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며 현재 진행 중인 피해자가 소송에서 유리해졌다. 3월 이루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54명은 스캐터랩을 대상으로 총 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태림 측은 "정부의 결정은 당연히 소송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며 "원래 피해를 주장하던 부분을 정부가 인정해줬기 때문에 크게 힘들여서 소송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말했다.

개보위의 조사 결과 스캐터랩 측이 ▲대화내용이 서비스 개발에 이용된다는 사항을 정보주체에게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고지·동의받지 않은 행위 ▲민감정보를 처리할 때 별도로 동의받지 않은 행위 ▲6년 전 사용자의 대화내용을 아직도 파기하지 않는 등 서비스미사용자의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행위 ▲회원탈퇴한 이용자의 정보를 파기하지 않은 행위 ▲14세 미만의 아동의 개인정보를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수집한 행위 ▲‘챗봇 이루다’를 개발하면서 스캐터랩의 다른 서비스 이용자들의 대화내용을 이용한 행위 ▲이용자들의 카카오톡 대화를 깃허브라는 개발자 코드공유 및 협업사이트에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공개한 행위 등을 했다고 결정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다수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 파기 진행은?

앞서 피해자들은 2월 18일과 3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권리 침해 신고를 하는 동시에 개인정보 폐기를 일시 정지하도록 요청했다. 스캐터랩 측의 혹시 모를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개보위는 28일 진행한 브리핑에서 시민사회단체나 소송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소송에 참여할 예정인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보존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어서 검토는 했지만, 일단 원칙적으로 보호법 규정에 따라서 파기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정부의 이러한 입장이 소송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전망이다.

법무법인 태림 측은 "법원의 증거보전 절차에 따라 피해자 254명의 데이터는 보존해야한다"며 "데이터가 섞인 상황에서 피해자들의 데이터만 삭제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당장 개인정보를 파기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형사고발과 처리정지 미진 지적도

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는 개보위의 형사고발 조치 및 처리정지가 미진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개보위가 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도 형사고발에 이르지 않은 것은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법 위반 사실이 명백하다면 고발해 법 위반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국가 개인정보보호 감독기관으로서 취해야 할 마땅한 조치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스캐터랩의 법 위반행위가 법령 상 형사고발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