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인원이 어느덧 15만명을 넘어섰다. 은 위원장은 앞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에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니 어른들에게 배우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2030세대에 가상화폐는 취업난과 도저히 손에 잡힐 것 같지 않은 집값에 느끼는 허탈함을 치유할 마지막 돌파구다.

"암호화폐가 잘못된 길이라면 그 길은 누가 만든 것인가? 지금 세대에 암호화폐 말고 계층을 이동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느냐"고 반문하는 2030세대의 말은 한 방을 노리는 철없는 젊은이의 말이라기엔 논리정연하다.

은 위원장의 대처가 아쉽지만, 논란의 시작은 그의 발언이 아니다. 정부의 굼뜬 움직임이다. 2018년 당시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는 도박이자 거품’이라며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음에도 3년이 지난 지금 판박이 논란이 나오는 것 자체가 제도적인 발전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과하는 ‘특정금융정보법’과 ‘소득세법'을 통해 암호화폐 수익에 과세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이는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했다. 2030세대는 암호화폐는 잘못된 길이고 인정할 수 없다면서 왜 과세를 논의하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애초에 왜 청년들이 주식과 코인 시장에 뛰어드는지부터 금융당국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진정으로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없다면 과세를 논의할 필요도 없는데 정부의 입장은 애매하기만 하다.

은 위원장의 발언은 세대갈등을 좁혀야 할 고위공직자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의 발언이 하루 20%씩 오르내리는 자산에 함부로 뛰어드는 2030세대에 진심 어린 걱정을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의도와 달리 듣는 이가 큰 상처를 받았다면 한마디 해명정도는 남겨도 좋지 않을까. 이것이 젊은이들이 ‘어른’에게 기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랬다면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움직임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을 놓고 정부가 취하는 애매한 입장과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 이제는 정리해야 할 때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