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 인수를 통해서다. 이 가운데 변수가 떠올랐다. 이른바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삼성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어 국회가 핵심 키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IT조선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IT조선 DB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4월 30일 최대주주 변경을 공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故 이건희 회장의 지분 4151만9180주 가운데 절반인 약 2076만주를 상속받는 것이 골자다.

이재용 부회장, 삼성물산 이어 삼성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서

삼성의 상속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국내 주식 부자 1위부터 4위는 삼성일가의 차지가 됐다.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그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약 15조6000억원이다. 2위는 11조4000억원을 보유한 홍라희 여사, 3위와 4위는 각각 7조원대 주식을 보유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생명 2대 주주로 올라서자 삼성그룹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확보하면서 경영권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은 기존 0.06%에서 단숨에 10.44%로 상승했다.

삼성생명법 변수로 떠올라

다만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손에 넣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의 지배력을 흔들 최대 변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변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생명을 겨냥해 만들었다고 해서 ‘삼성생명법’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삼성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을 만큼 파급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삼성생명법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하고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는 주식 보유액을 평가할 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삼는다. 그 결과 삼성생명은 자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8.51%를 시장가치가 아닌 취득원가 5444억원으로 장부에 적었다. 5444억원은 삼성생명 총자산 337조원의 0.16% 수준으로 현재는 합법이다.

하지만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 중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3%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30조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삼성 일가는 추가로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는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간 보험업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만약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유예기간이 최장 7년이기 때문에 실제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communicati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