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투자 열기가 비트코인에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으로 옮겨갔다. 비트코인이 주춤하는 사이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 리플, 도지코인 등이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한다. 일각에선 이러한 수요에 알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하면서 상승세를 견고히 다지는 분위기다. 알트코인이 ‘묻지마 투기’가 아닌 실체를 갖춘 투자 매개로 거듭날 지 관심이 고조되는 배경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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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은 주춤…자리잡는 알트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이 9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사 모더나(약 76조원)와 미국 자동차 제조사 GM(약 89조원)를 앞선 수준이다.

도지코인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1만3000%쯤 상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CNBC를 비롯한 외신은 "머스크 CEO가 지난주 트위터에 ‘도지파더(Dogefather) SNL 5월 8일’이라는 글을 오리면서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며 "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을 띄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고 했다.

도지코인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자 일각에선 도지코인을 결제 수단으로도 수용하기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3~6일(현지시각)까지 도지코인으로 경기 티켓을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외신에 따르면 구단은 한정 좌석만을 100도지에 내놨다. 발표 당시 0.43달러를 맴돌던 도지 가격을 감안할 때 티켓 값은 기존 대비 약 50% 할인된 가격이다.

1이더(ETH)당 3000달러를 넘어선 이더리움도 약 447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월마트 시총(약 442조원)을 앞지르는 수준이다. 최근 유럽투자은행(EIB)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고 한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EIB는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통해 1억 유로어치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한다고 밝혔다. CNBC는 이를 두고 "이더리움이 주류 금융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시장에 기대심리를 작동시켰다"고 풀이했다.

이더리움의 확장성도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블록체인 기술을 디지털 창작물에 적용한 것) 등에 관심이 이더리움 수요를 높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CNN은 "디지털 금으로 여겨지는 비트코인과 달리 이더리움은 NFT와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등 플랫폼에 활용된다"며 "비트코인보다 상대적으로 확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투기" 우려 목소리도 여전

알트코인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비트코인과 달리 알트코인은 묻지마 투자 광풍으로 인한 ‘반짝 인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한 마디에 급상승하는 도지코인에 우려의 목소리가 짙다. 미국 가상자산 투자업체 갤럭시디지털의 마이크 노보그라츠 CEO는 CNBC에 "도지코인의 상승 지속 가능성에 우려한다"며 "투기로 많은 돈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지갑업체 BRD의 아담 자디코프 COO도 "도지코인은 결제 수단이나 가치 저장 수단으로 활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매도 타이밍을 잘 잡으면 수익을 볼 수 있지만, 가상자산 시간에서 타이밍을 잡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과 달리 알트코인은 변동성에 여전히 취약하다"며 "알트코인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속출하는 만큼, 다양한 판단 기준을 지표 삼아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