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백신 공급 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백신 지재권 면제가 논의되면서 한국 의약품위탁생산(CMO) 기업이 수혜주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각 국가별로 찬반논쟁이 뜨거운 만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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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發 백신 지재권 유예에 국내 CMO 주가 ‘들썩’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 바이오의약품 CMO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의 ‘한시적 특허 면제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다. 백신 지재권이 유예되면 생산 능력을 갖춘 회사들의 백신 생산이 가능해진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기업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여기에 국내 CMO 규모는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만큼, 한국이 백신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한국의 CMO 총생산량은 38만5000L다. 1위는 미국으로 48만6000L다. 독일(24만6000L)과 덴마크(14만4000L)는 한국의 뒤를 잇는다.

홍남기 국무총리 대행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열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에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지지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 진전이 예상되고 있다"며 "우리에게 긍정적 요인을 제공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대감은 한국 CMO 기업 주가에 반영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일 종가 기준 2.68% 오른 80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4.21% 증가했다가 소폭 내렸다. 녹십자도 같은 날 종가 기준 2.05% 오른 37만3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들 기업은 전날에도 2~3%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는 미국 정부와 세계무역기구(WTO)가 백신 지재권 면제를 추진하더라도 국내 CMO 업체가 수혜를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적으로 찬반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데다가 모더나와 화이자 등의 백신 지재권을 보유한 기업이 특허권리 내용을 모두 공개하거나 제조기술을 이전해 줄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시기상조…국가간 찬반 논쟁으로 불확실성 더 많아"

실제 백신 지재권을 둘러싼 국가간 입장 차이는 뚜렷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은 찬성하는 반면 영국과 독일, 스위스 등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특허권 면제를 넘어 제약사들의 제조 노하우도 제대로 이전돼야 한다"며 "핵심은 아프리카같은 개발도상국이 mRNA 백신을 생산할 플랫폼을 갖출 수 있도록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도상국 위주로 공급하던 중국과 러시아도 백신이 공공재임을 강조하며 환영 의사를 표했다. 중국 측은 "모든 국가가 전염병에 맞서 싸울 책임이 있으며 모두가 백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을 내놓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제안을 지지한다"며 "코로나19처럼 특수한 상황에서 특허 보호를 해제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특정 규칙에 부합한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유럽연합(EU)도 미국 제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를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제안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의 코로나 백신 지재권 특허 일시 중지 제안이 코로나19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했다.

"다른 국가서 특허 훔치는 꼴"

반대 입장도 거세다. 제약강국인 영국과 독일, 스위스 등은 자국 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주도하는 제약사 특허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반대 입장을 피력한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 본사와 mRNA 백신 개발이 임박한 큐어백을 둔 독일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독일은 백신 공급을 제약하는 요소가 특허가 아니라며 지재권 일시 면제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백신 공급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기준이다"라며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바티스와 로슈를 보유한 스위스도 "미국이 고려하는 구체적인 해법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며 "지재권 보호 중단이 백신 등에 대해 공평하고 빠른 접근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WTO가 제시하는 선 안에서 해결책을 논의해보겠다는 입장도 함께 내놨다.

김연지 기자 ginsbur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