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사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투자를 확대해 주요 고객사 이탈을 방지한다. 주요 고객사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이다. 완성차 기업은 최근 배터리 내재화를 잇따라 선언했다. 고객사인 동시에 경쟁사로 변모한 셈이다. 이들과 배터리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배터리 제조사의 생존 전략이다.

1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3사는 최근 분리막·양극재·음극재 등 소재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거나 협력사와 합작법인(JV) 설립, 인수합병(M&A) 등을 적극 추진한다. 배터리 제조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공장 전경 /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공장 전경 / SK아이이테크놀로지
완성차 기업은 배터리 제조사가 생산한 배터리 셀을 납품 받아 전기차를 완성하는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 2020년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가장 먼저 내재화를 선언했고, 폭스바겐도 내재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2030년까지 유럽 내 배터리 공장 6곳 증설에 나섰다. 현대차 역시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완성차의 이같은 움직임에 K배터리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LG화학은 4월 28일 열린 2021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폭스바겐이 배터리 내재화 계획 발표하면서 중장기적 수주는 일정 수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배터리 전체 물량을 내재화 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오랜 양산 노하우 보유는 물론 핵심 소재 선제 투자에 따른 근거있는 자신감이다.

LG화학은 기존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분리막 사업 인수를 추진 중이다. 배터리 제조사인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LG전자로부터 분리막을 납품받았는데, 이 사업을 LG화학이 이관받을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배터리 소재 시장은 초기 단계지만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추가 사업 관련 합작법인과 M&A 등을 적극 검토 중이며, 이르면 2분기 늦어도 3분기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가 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독보적 입지를 구축했다. 축차연신, CCS 코팅 등 배터리 안전성을 높인 독자 기술로 지난해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10.3억㎡의 연간 생산능력을 2024년 27.3억㎡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전기차 273만대 분량에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모주 청약에서도 80조원이 넘는 역대 최고 증거금 기록을 세우며 11일 IPO를 마쳤다.

삼성SDI는 양극재 소재 전문기업 에코프로비엠과 합작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다.2022년 1분기부터 에코프로이엠으로부터 양극재를 단독 공급받아 안정적으로 양극재를 확보하는 기반을 다졌다. 한솔케미칼과는 2022년부터 ‘실리콘 카본 나노복합소재’를 적용한 실리콘음극재를 양산하기로 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의 배터리 내재화 전략은 전기차 투자는 물론 배터리 개발에도 막대한 비용을 써야하는 리스크가 따른다"며 "배터리 업계의 소재 자립에 가속이 붙으면서 오히려 배터리 부문에서 공급자 우위 시장 환경은 오랜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한 폭스바겐은 2030년 유럽 내 배터리 공장 6곳 증설을 위해 외부 자금 수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헤르베르트 디스 CEO는 최근 독일 매체와 인터뷰에서 외부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스웨덴 노스볼트 외에 또다른 배터리 제조사와 합작법인 설립을 암시한 바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