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어로 ‘힘쎄고 기운찬 젊은 말’을 뜻하는 타이칸이 포르쉐 전기차로 탄생했다. 타이칸은 전기차라는 새로운 완성차의 조류와 기운차고 강력한 스포츠카의 특성을 결합한 포르쉐의 자존심을 건 차량이다.

일각에서는 타이칸이 다른 전기차보다 항속거리가 짧다고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항속거리 자체가 환경에 따라 변화가 심한데다 엄밀히 타이칸 4S를 포함한 타이칸 라인업의 정체성 자체가 ‘전기 스포츠카’인 만큼 항소거리로 차량을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포르쉐코리아는 강원도 고성과 속초·양양 일대에서 장장 7시간쯤에 걸친 시승 행사를 열며 타이칸의 진면목을 소개했다. 타이칸은 포르쉐가 추구하는 ‘전기 스포츠카’가 무엇인가를 전달하는 차량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전달했다.

IT조선이 시승한 차량은 체리 메탈릭 외장색의 타이칸 4S로, 포르쉐 일렉트릭 사운드와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21인치 미션 E 디자인 타이어 등이 선택품목으로 추가된 차량이다. 타이칸 4S의 전장은 4965㎜이며, 전폭은 1965㎜다. 전고는 1380㎜로 상당히 낮은데, 실내 공간과 운전석 레그룸이 꽤 길어 180㎝ 키의 운전자가 탑승하더라도 운전시 무리가 없었다.

포르쉐 타이칸 4S의 차량 외관과 운전석 레그룸 모습 / 이민우 기자
포르쉐 타이칸 4S의 차량 외관과 운전석 레그룸 모습 / 이민우 기자
4륜 구동은 포르쉐의 강점 중 하나다. 1899년 전기모터를 통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4륜 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던 포르쉐의 초기정신에 1980년대부터 개발했던 스포츠카 4륜 구동 내공이 더해졌다. 4륜 구동은 일반적인 2륜 구동보다 차체 조향을 민첩하게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게 만든다. 타이칸 4S는 앞뒤 모터를 2개 장착한 듀얼 모터 4륜 구동 시스템에 후륜에 2단 변속기를 탑재해 고속 주행에서의 가속과 안정성을 향상시켰다.

강원도 운두령 고개를 통과하면서 가파르고 좁은 업힐과 다운힐로 구성된 코너 코스에서 타이칸 4S의 코너링 성능을 시험했다. 구간 제한속도에 가깝게 시속을 유지하면서 여러번 코너링을 시도했음에도 2개 모터로 구성된 사륜구동 시스템이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연속된 코너를 좌우 회전으로 빠져나왔음에도 차체가 흔들리거나 밀리는 느낌이 전혀없고 노면에 바퀴를 그대로 붙인채로 안정적인 가속과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후륜을 조향과 속도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옵션이 없는 차량이었음에도 코너링이 안정적이라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서킷 등 초고속주행 환경에서의 코너링은 몰라도 일반도로에서 만나는 가파른 산악 코너링 환경에서는 타이칸 4S 본연의 밸런스 능력만으로 돌파가 가능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전매특허인 4륜 구동 시스템 기술과 차체 컨트롤이 전기차에서도 빛을 발한 느낌이다.

21인치 E미션 디자인 타이어와 포르쉐 타이칸 4S의 낮은 전고 / 이민우 기자
21인치 E미션 디자인 타이어와 포르쉐 타이칸 4S의 낮은 전고 / 이민우 기자
시승차량에는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가 옵션으로 탑재됐다. 기본 고성능 배터리보다 75㎏ 정도 차체 무게가 늘어나지만, 93.4㎾h 배터리 용량이 추가되는 만큼 더 긴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국내 환경부 인증 기준 고성능 배터리는 비도심권 주행에서 1회 완충시 최대 249㎞를 갈 수 있다. 퍼포먼스 배터리 옵션 탑재시에는 295㎞가 최대항속거리로 50㎞내외정도 더 늘어난다.

타이칸 4S의 회생제동 시스템은 꽤 특별하다. 전기차는 보통 엑셀에서 발을 거둘때 회생제동의 저항력 강하도록 설정해 놓는다. 때문에 운전시 내연기관차와 다른 이질감이 느껴진다. 타이칸 4S는 평상시 회생제동의 저항력이 강하지 않아 주행감각을 해치지 않는다. 다른 전기차 같은 엑셀만 이용한 원페달 주행보다 내연기관차와 비슷한류의 일반 풋브레이크를 활용한 제동이 권장되는 이유다. 풋 브레이크를 활용한 회생제동과 제동력의 성능은 강력했다.

이번 시승코스는 업힐과 다운힐을 오가는 고개 3개를 넘고 해안도로를 달리는 강행군인 주행이었는데, 고개 내리막에서는 브레이크나 엑셀을 덜 사용하고 조향과 가속도로 운전하는 탄력주행이 권장됐다. 탄력주행은 관성을 이용해 엑셀을 통한 가속 없이 차량을 주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회생제동을 걸면 타이칸 4S 전력을 충전할 수 있다. 테슬라나 아이오닉5처럼 브레이크를 밟을 때 느낌을 강렬리 주는 회생제동은 아니지만 한번 다운힐을 내려오면서 3~4% 가량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었다.

출발전 기록한 99% 충전시 항속가능거리 표시와 295㎞ 주행 전후 남은 항속 가능거리 표시
출발전 기록한 99% 충전시 항속가능거리 표시와 295㎞ 주행 전후 남은 항속 가능거리 표시
타이칸 4S 시승 차량을 운전하면서 무리하게 전비 효율에 힘쓰기보다는 에어컨과 통풍시트·내부 오디오 등을 최대한 활용해 주행했다. 더운 날씨 환경과 편안한 생활주행에서의 항속거리를 느껴보려는 의도였다. 공인된 타이칸 4S의 항속거리는 295㎞로 아이오닉5나 테슬라의 모델보다는 짧다. 시승 코스 전체 길이는 350㎞로 국내 기준 측정보다 꽤 길었기에 기착지를 15㎞남기고 배터리가 전부 소진돼 다른 차로 변경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주행 중 자주 남은 항속가능 거리를 확인하고 충전소을 염두해야하는 것이 운전자에게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실 항속거리는 320㎞ 내외로 측정거리를 가볍게 넘겼다. 다른 시승차량의 경우 측정량이 460㎞수준(코스 길이와 남은 항속거리 합산)을 넘긴 곳도 있어 내부 전력 사용이나 차량가속·탄력주행 등에 따라 더 항속거리를 늘릴 수 있음도 보여줬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