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이루다’ 제재 처분을 법조계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본다. 기업들의 개인정보 활용에 규제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데이터 활용 이미지 / 픽사베이
데이터 활용 이미지 / 픽사베이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개인정보위가 최근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의 개발사인 스캐터랩의 카카오톡 대화 등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 대해 과징금과 과태료를 합산해 총 1억33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자 관련 업계의 긴장이 고조된다.

법무법인 세종은 뉴스레터를 통해 이루다 제재처분에 비춰 봤을 때 기업들이 비정형 데이터 활용과 관련해 점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비정형 데이터란 일정한 규격이나 형태를 지닌 숫자데이터와 달리 형태와 구조가 규격화되지 않은 음성⋅영상⋅사진⋅문자 등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정보처리 용량 및 속도의 향상과 AI 기술의 발달로 비정형 데이터의 활용도는 급증하는 추세다.

세종에 따르면, 이루다 관련 제재 처분은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방대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한 AI 기술 기업 등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는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규제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주요 법적 쟁점으로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쟁점과 지식재산권 관련 쟁점이 있다.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를 받음에 있어 동의의 대상과 범위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불명확해 정보주체가 구체적인 내용을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적법한 동의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비정형 데이터 중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부분은 가급적 가명⋅익명 처리를 통해 개인식별 가능성을 제거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3법 개정으로 개인정보보호법은 가명처리의 특례를 도입했고, 신규 서비스 개발 목적의 가명 처리는 개인정보보호법상 허용되므로 이러한 가명 처리의 절차를 통해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세종 측은 설명했다.

활용 대상 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이러한 데이터가 저작물에 해당하거나 보호가치 있는 타인의 성과물인 경우에는 지식재산권 침해가 문제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세종 측은 "비정형 데이터의 활용의 경우 관련 법적 쟁점이 특정 법률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법률에 걸쳐 있는 데다가, 현재도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관련 기업으로서는 규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종합적인 대응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비정형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활용을 계획 중인 기업에서는 혁신을 위한 비정형 데이터의 활용이 제재의 부메랑이 돼 돌아오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임을 양지하고 각별히 유의하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이번 이루다 처분에 주의를 기울인다. 개인정보위 결정에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스캐터랩은 ‘텍스트앳’과 ‘연애의 과학’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을 포함시켜 이용자가 로그인하면 동의한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개인정보위는 이것만으론 이용자가 신규 서비스 개발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위반 사항들이 있었기 때문에 처벌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며 "다만 신규 서비스 개발을 위한 추상적 정보 수집 시 개인정보 동의를 받은것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범위가 모호하는 쟁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사후적 판단으로 고객에 받은 동의를 무효화 한 셈이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를 다루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도 "개인정보의 보호의 중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며 "다만 이번 개인정보위 결정이 업계와 학계의 충분한 컨센서스가 모이기전 내려졌다는 점이 아쉬우며, 과징금으로 단속하기보다는 컨설팅같은 지원책을 병행하는 방향이 더 맞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