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유통시장 枯死 위기] ①문제 외면 방통위에 강경 대응 예고

김평화 기자
입력 2021.05.17 06:00
4월 전국 휴대폰 판매점주가 당일 영업을 포기한 채 정부 과천청사 앞으로 모였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항의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수년째 지속하는 단말 유통 시장의 문제를 방통위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를 중심으로 이동통신사(이통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등도 유통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한 결과 동네 상권이 고사 직전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IT조선은 기획 시리즈를 통해 이들이 왜 사업 생존권을 말하는지, 그리고 문제의 해법과 대안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편집자주>

불법 단말 유통 매장의 활성화를 제재하고자 진행하는 시장 안정화 정책이 불법 매장보다는 동네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거세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며 현장 요구를 외면한다. 단말 유통 업계는 방통위가 문제 개선에 나설 때까지 현장 시위를 진행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였다.

4월 29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산하 단체인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가 방통위에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문제 개선을 요구하며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모습. / KDMA
시장 안정화 정책에 시름 앓는 전국 판매점

16일 휴대폰 유통 업계에 따르면, 단말 유통 시장의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방통위를 두고 유통 현장의 불만이 크다. 유통 현장에 내려지는 시장 안정화 정책과 관련해 수년째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음에도 방통위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 안정화 정책은 불법보조금(단말 유통점이 휴대폰을 판매할 때 법으로 정해진 지원금 외에 추가로 금액을 더해 제공하는 할인금) 지급 등으로 시장 과열 조짐을 보이는 지역에 이동통신사가 특정 기간 판매장려금(이통사가 고객 유치 대가로 판매점에 지급하는 금액)을 줄이는 것을 말한다.

휴대폰 판매점 관계자는 "하루에도 지역 별로 본사(이통사)에서 수 차례 시장 안정화 정책이 내려온다"며 "불법보조금을 뿌리는 일부 성지(불법 매장) 때문에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전 판매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단말이나 요금제 판매하면 최대 수십만원씩 장려금을 차감하는 내용의 정책이 내려오거나, 어쩔 땐 일정 시간 개통이 불가하게 해 영업 피해가 크다"며 "시장 안정화 정책이 수년째 별다른 기준 없이 내려오고 있는 만큼 방통위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이같은 현장 요구에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리는 주체는 이통사이며, 정부는 지역에 개별적인 규제를 내리진 않는다는 이유다.

단말 유통 업계 주장은 다르다. 업계는 시장 안정화 정책을 좌우하는 실질 주체가 방통위라고 지적한다. 방통위가 이통 3사에 시장 과열 우려를 보이면 이통사가 조치가 필요한 지역에 시장 안정화 정책을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단통법으로 불리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에 따라 불법보조금 지급을 제한한다. 불법보조금의 산발적인 지급으로 생기는 소비자 지원금 차별을 막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에게 시장 안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만약 협조가 되지 않으면 이통사에 벌점을 부과한다.

KT와 LG유플러스가 대구 지역에 내린 시장 안정화 정책 관련 문자메시지 모음 / IT조선 DB
단말 유통 업계 "방통위 문제 개선 때까지 시위 지속할 것"

판매 업체들은 방통위가 문제를 지속적으로 외면하자 단체 행동에 나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 산하 단체인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는 4월 방통위 항의 목적으로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현장 시위를 진행했다. 한국이동통신판매점협회는 이날 방통위에 시장 안정화 정책 폐지와 함께 불법 성지 단속 실효성을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방통위는 현장 시위가 진행되자 이달 6일 관계자들과의 면담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IT조선 취재 결과 방통위는 해당 면담에서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 이통사와 협회 간 논의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 정책이나 장려금은 직접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중재를 해준 거다"며 "이동통신사와 협회가 서로 요구하는 것을 주고받도록 하고 추후 회의를 잡자는 식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2014년 내놓은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상한선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4년 이후 상한선이 30만원에 머물러 있는데, 휴대폰 및 요금제 가격이 과거와 달리 높아진 만큼 상한선도 현실화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방통위는 불법 성지 단속 실효성이 낮다는 현장 지적에는 이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 상향과 관련해서는 당장 조정하기엔 무리라고 답변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조정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나오는데,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은 다각도로 고민이 필요하다 보니 당장 개선을 내놓기는 어렵다"며 "단속 실효성이 낮은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며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말 유통 업계는 방통위가 문제 개선에 나설 때까지 현장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KMDA 관계자는 "2차 집회와 관련해 곧 논의를 진행해 확정되는 대로 집회를 열겠다"며 "시장 안정화 정책이 철회되고 판매장려금 가이드라인이 현실화할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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