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교통 수단으로 우주를 가보고, 원격 로봇으로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된다. 2051년 구현될 미래 스마트 도시도 미리 맛본다. 집 안에서 공상과학(SF) 영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SK텔레콤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체험을 제공하는 ‘티움’의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티움은 SK텔레콤이 2008년 서울 을지로 본사에 선보인 정보통신기술(ICT) 체험관이다.

SK텔레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티움에서 대면 체험을 제공하기 어렵게 되자 4월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전문 안내인(도슨트)이 실시간 중계 방식으로 유튜브에서 30분간 티움에서 구현한 미래 ICT 기술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은 기존에 진행된 대면 투어처럼 ▲하이퍼루프 ▲우주관제센터 ▲우주셔틀 ▲홀로그램 회의 ▲텔레포트룸 ▲비행셔틀 등 체험을 순서대로 제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직접 체험해보니 눈길을 끄는 새로운 ICT 기술이 잇따라 구현되면서 마치 SF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티움 한쪽에 마련된 하이퍼루프 체험 공간. 하이퍼루프에 탑승하면 전면 스크린으로 가상 체험이 가능하다. /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티움 한쪽에 마련된 하이퍼루프 체험 공간. 하이퍼루프에 탑승하면 전면 스크린으로 가상 체험이 가능하다. /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티움 통해 지구 위기 해결하는 영웅이 됐다

투어 초반에는 미래 교통수단으로 불리는 하이퍼루프를 가상으로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하이퍼루프는 진공 튜브에서 시속 1300킬로미터(km)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운송 수단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약 15분만에 갈 수 있을 정도로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하이퍼루프 공간에 마련된 투명 디스플레이에는 각종 수치와 그래프가 표시돼 있었다. 디스플레이 밖에 있는 전면 스크린은 하이퍼루프 외부 풍경을 가상으로 보여줬다. 인공지능(AI) 기장이 직접 운행 경로를 안내한 후 출발하자 빠른 속도로 여러 도시를 지나 도킹 스테이션에 도착, 우주선과 도킹 후 우주관제센터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실감 나는 그래픽이 이어지면서 몰입감을 더했다.

하이퍼루프에 내리자 대형 디스플레이가 곳곳에 설치된 원형의 우주관제센터가 등장했다. 곧 미래형 제복을 입은 캡틴이 나타나 "이곳에서 초고속 네트워크 기술과 AI 등을 이용해 우주 환경과 지구 환경, 지구 생태계 모니터링을 진행한다"는 설명을 더했다. 우주관제센터에선 탐사선을 통해 먼 우주에서 촬영한 고용량 데이터를 초고속 네트워크로 빠르게 전달받은 후 앞으로 닥칠 지구 환경을 예측하고 있었다.

센터를 둘러보던 중 갑자기 지구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경고가 떴다. 그러자 캡틴은 "최근 소행성의 충돌로 발생한 거대한 파편이 지구를 향하고 있다"며 "곧 하이랜드(스마트 도시)에서 각 지역 연합의 비상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며 원정대 여러분도 참석하게 된다"고 안내했다. 이때 우주에서 지구까지 연결하는 이동 수단인 우주셔틀을 탑승하게 됐다.

▲도슨트가 우주셔틀에 있는 의무실에서 구조된 조난자를 설명하고 있다. / SK텔레콤
우주셔틀에서도 AI 기장이 안내를 맡았다. 지구에 귀환하던 중 조난자가 발생했다는 정보가 셔틀에 전달되자 AI 기장은 구조 드론을 급파했다. 이 과정에서 증강현실(AR) 기기로 구조 드론이 조난자를 구조하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조난자는 우주셔틀 안에 있는 의무실로 이동, AI 의사의 검진을 받았다. 좌측 무릎에 골절이 있다는 진단이 나오자 3차원(3D) 메디컬 프린터로 인공 뼈를 제작할 수 있었다. 이때 관람객을 대신해 도슨트가 직접 원격 기계로 수술을 진행할 수도 있었다. 도슨트는 수술 과정에서 감각 통신 기술로 구현된 전달 장치를 통해 인공 뼈 무게를 느끼거나, 뼛조각을 긁어내는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텔레포트룸에서 원격 로봇을 작동하는 모습. 컨트롤러와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니 손 모양대로 로봇 팔이 움직이고 있다. /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텔레포트룸에서 원격 로봇을 작동하는 모습. 컨트롤러와 시뮬레이터를 활용하니 손 모양대로 로봇 팔이 움직이고 있다. /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우주셔틀은 곧 스마트 도시인 하이랜드에 도착했다. 하이랜드에 있는 홀로그램 회의실에 들어서자 긴박한 상황이 느껴지는 회의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실제 사람은 없었다. 각 지역 연합 대표가 홀로그램 미디어 기술을 활용, 3D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위성 네트워크로 운석의 진행 경로를 예측한 결과, 원격 로봇으로 중력장을 가동해 지구로 오는 소행성 위치를 바꾸자고 합의했다.

원격 로봇을 구동하기 위해서는 텔레포트룸으로 이동해야 했다. 텔레포트룸에는 영화관처럼 여러 좌석이 나란히 있었다. 그곳에 앉으면 혼합현실(MR) 기반으로 컨트롤러와 시뮬레이터를 통해 원격으로 로봇 조종이 가능했다. 로봇 팔로 중력장 발생 장치를 가동하니 운석 경로를 바꿀 수 있었다.

마지막 종착지는 비행셔틀을 타며 돌아본 하이랜드였다. 하이랜드는 SK텔레콤 기술을 도입해 그린 2051년 미래 스마트 도시다. 하이랜드는 도시를 구성하는 모든 기술이 지능형 초연결 네트워크로 연결된 곳이었다. 하이랜드는 지상뿐 아니라 해저에도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한 화면으로 미래 도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행셔틀로 하이랜드를 돌아보고 있는 모습 /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비행셔틀로 하이랜드를 돌아보고 있는 모습 / SK텔레콤 유튜브 채널
비대면 투어 보름 만에 1000명 모객…SKT "향후 글로벌 투어로 확장할 것"

SK텔레콤은 티움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몰입감과 교감이라는 두 개 키워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현장 체험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시도다.

SK텔레콤은 이를 위해 녹화 영상을 제공하는 대신 실시간 중계 방식을 택했다. 다수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다. 관람객이 비대면 투어 과정에서 질문이 생기면 이를 댓글로 남겨 바로 도슨트의 답변을 받는 식이다.

SK텔레콤은 4월 26일 티움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하며 보름 만에 1000명 넘는 관람객을 기록했다고도 밝혔다. 그간 현장 체험 학습에 어려움을 겪던 초·중등학교 학생들의 방문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송광현 SK텔레콤 디지털커뮤니케이션실장은 "티움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지방에 있어 서울 방문이 힘들던 이들이 손쉽게 (티움을) 체험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대면 투어를 지속해서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으로 얼굴을 마주보는 인터랙션 요구가 있는 만큼 추후 화상 솔루션 등을 (비대면 투어 프로그램에) 도입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며 "향후 비전 투어와 글로벌 투어 등으로 관람객을 다양화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