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잇따라 유료 콘텐츠 구독 모델을 도입한다. 창작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유료 시장을 경쟁적으로 개척한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레드 등이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들며 콘텐츠의 유료 소비 습관이 정착되는 가운데, 주요 포털이 정보성 콘텐츠에도 선뜻 돈을 내고 구독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네이버 유료 구독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 / 네이버 화면 갈무리
네이버 유료 구독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 / 네이버 화면 갈무리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달 프리미엄 유료 구독 플랫폼 ‘프리미엄 콘텐츠'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베타 서비스로 정식 서비스는 6월부터다.

네이버가 콘텐츠 제공사업자에 사이트와 데이터를 제공하고,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가격과 상품 구성 등을 직접 결정해 선보이는 구조다. 현재 참여 사업자는 총 25개사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같은 주요 언론사와 순살, 더밀크, 북저널리즘 등 뉴미디어 사업자와 잡지사가 참여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은 비공개시범테스트(CBT)버전이어서 정식 출시 단계는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우선은 콘텐츠 생산 전문적 경험을 축적한 언론사, 뉴미디어 사업자에게 문을 열어뒀지만 장차 참여를 원하는 창작자는 누구든 참여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언론사와 비언론사의 구분은 중요치 않은 플랫폼이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콘텐츠에서는 지식과 정보를 담은 텍스트 콘텐츠가 주로 서비스된다. 새로운 소식을 빠르게 전하는 뉴스나 영상과는 콘텐츠 결이 다르다. 부동산, 경제, 금융, 사회 등 각종 분야에서 정리된 지식형 정보성 콘텐츠가 짧지 않은 호흡의 텍스트를 사진과 설명해 나열하는 형태다.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연재 소설, 인테리어 전문 잡지 ‘행복이 가득한 집' 등이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는 리디북스의 리디셀렉트 내 아웃스탠딩 등이 공급하는 지식형 콘텐츠, 밀리의 서재 내 서비스되는 잡지 콘텐츠들과 흡사한 형식이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모델 핵심은 콘텐츠만 있으면, 판매를 위한 기본 제반 작업을 네이버가 지원하는 데 있다. 스마트스토어의 ‘콘텐츠 버전'과 유사하다. 네이버가 콘텐츠 편집부터 결제, 정산관리, 데이터분석 등 툴과 데이터를 통합 제공한다. 판매가 가능한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든 입점해 소비를 만들어내도록 견인한다. 대신 판매 수수료를 각 입점 사업자에게서 10%씩 떼간다.

카카오도 하반기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톡 샵탭에 ‘구독' 코너를 통해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 채널을 구독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내외부 채널 창작자가 생산하는 영상과 고품질 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구독' 형태로 제공되는 서비스로 알려졌다. 현재 카카오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 개발자를 모집하고 있다.

여민수 카카오톡 공동 대표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연내 출시될 콘텐츠 구독 서비스 역시 카카오톡 채널 매개로 창작과 구독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계획하고 있다. 창작자는 누구나 카카오톡을 통해 콘텐츠 발행하고 이용자는 창작자 채널과 친구를 맺어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구독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 격전 전선이 웹툰, 웹소설 등을 넘어 지식 정보성 콘텐츠 분야까지 뻗어나가는 분위기다. 정기 구독을 하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세팅'해 전달하는 구독 모델의 효용성이 입증되면서, 서비스 되는 구독 상품들이 지속 확장되는 흐름에서 지식형 콘텐츠들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카카오 제공
/카카오 제공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제 콘텐츠를 돈 내고 사보고 즐기는 형태가 일상화됐다. 많은 것들이 그렇게 빠르게 유료화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양질의 지식 정보성 콘텐츠의 유료화를 가늠해볼 시점이라고 판단한듯 싶다. 잘 살펴보면 웹툰, 웹소설을 시작으로 플랫폼 락인 효과를 적극 활용해 돈 내고 팔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 확대중인데 그 일환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책 구독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밀리의서재는 2020년 매출이 크게 상승했다.

아직 카카오가 구체적인 구독 모델을 출시하지 않아 경쟁력에 대한 명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콘텐츠 범위가 내외부 채널의 기사와 영상 등을 포괄해 좀더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또 카카오는 유료뿐 아니라 무료 콘텐츠도 함께 제공해 초기 시장 선점에 유리하다는 전망도 있다.

여민수 대표는 한 언론사가 주최한 포럼에서 "창작자가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독자와 토론을 하고 싶으면 오픈채팅방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며 창작자와 구독자 사이의 연결 지점 마련도 마케팅 포인트로서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무료성 콘텐츠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포털이 이끄는 유료 구독 플랫폼이 유료 콘텐츠 소비를 실질적으로 유인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언론계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사들이은 이미 뉴스 콘텐츠 유료화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또 여전히 무료로 소비할 수 있는 고품질의 정보 콘텐츠들이 적잖이 많다. 최근 (무료) 뉴스레터들이 범람하면서 안그래도 무료로 읽을 만한 콘텐츠들이 많은데, 네이버와 카카오에 입점되어 있다고 해서 콘텐츠들의 유료화 승산이 의미있게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