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미국 현지 대규모 투자로 한미정상회담 지원 사격에 나선다.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증설, 포드와 합작법인 설립 등 두 가지 투자 보따리가 준비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 합의에 결정적 영향을 준 한미 양국 정부의 중재에 화답하는 의미도 담겼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이하 현지시각)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한 가운데 4대 그룹 주요 기업인들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 9월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9년 9월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SK의 밤 행사에서 사회적 가치를 통한 파트너십의 확장을 주제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SK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 4대 그룹 반도체·전기차·배터리·바이오 책임자들이 19∼20일 이틀에 걸쳐 미국으로 출발했다.

이들은 미 상무부가 만든 경제인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러만도 상무장관이 우리 기업에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기업이 어떻게 화답할 것인지가 주요 관심사다.

앞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SK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의 수입을 10년간 금지해 달라’는 LG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SK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 내 배터리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파국 직전 미 백악관과 청와대의 물밑 중재로 LG와 극적 합의를 이뤘다.

이같은 의미에서 총수가 직접 참석하는 SK그룹의 현지 투자 계획에 이목이 집중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1·2공장을 건설·가동 중인 SK이노베이션은 3조원 규모의 3·4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경제인 행사를 전후로 조지아주 공장 증설 계획을 구체화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태원 SK 회장은 22일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다. 이날 한미정상회담을 마친 문 대통령도 공장을 찾을 예정이다. 최 회장이 직접 투자계획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또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와 미국 내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인트벤처 설립은 SK이노베이션이 기존 고객사인 포드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의미가 있다.

19일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가 포드의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며, 양사가 조인트벤처를 통해 궁극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에 쓰일 배터리셀을 생산하는 합작 공장을 설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추가 증설을 준비 중이다.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한 백악관 주최 반도체 공급망 회의에 이어 20일 미 상무부가 주최하는 반도체 화상 회의에도 초청받는 등 미 정부의 투자 압박이 커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에도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미국에 전기차 생산설비와 수소,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에 총 74억달러(8조1400억원)를 투자하는 계획을 13일 공식 발표했다. 추가 전기차 공장이 미국 어디에 들어설지가 관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GM(제너럴모터스)과 오하이오주에 2조70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제2 합작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2025년까지 5조원 이상 투자로 2곳의 미국 내 독자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데, 상반기 내 후보지 검토를 마칠 예정이다.

재계에 따르면 4대그룹이 미국에서 계획 중인 투자액은 40조원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4대그룹 핵심 산업과 미국의 공급망 강화 기조를 고려할 때 대미 투자는 점차 강화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