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수제맥주 시장…브랜드간 협업은 ‘꿀’이자 ‘독’

김형원 기자
입력 2021.05.22 06:00
오비맥주·하이트진로가 이끄는 국내 맥주 시장이 ‘수제 맥주'라는 복병을 만났다.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최근 3년간 2.7배 급성장했다. 편의점 CU에서는 수제 맥주 곰표 밀맥주가 스테디셀러 상품인 카스와 테라를 제치고 4월말 매출 기준 맥주 1위를 차지했다. 곰표 밀맥주가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를 누리자 ‘말표', ‘유동골뱅이' 등 이종 브랜드와 결합한 수제 맥주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수제 맥주 캔 모습. 왼쪽부터 생활맥주, 곰표밀맥주, 플래티넘 맥주, 제주 위트 에일 맥주 / 생활맥주
주류 업계에서는 수제 맥주가 인기 절정의 시기를 보내지만 이종 브랜드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제 맥주 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 시선을 끌기 위해 이종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해당 수제 맥주 제조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맛이 아닌 재미만을 추구하다보면 낮은 품질의 맥주를 생산하게 되고, 맛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이 소비자들에게 남겨지면 수제 맥주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이종 브랜드 사용이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수제 맥주 카테고리를 각인시키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제 맥주 시장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류업계는 수제 맥주가 짧은 기간 급성장세를 보인 만큼 조만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하지만, 시장 규모는 오히려 더 확대되는 모습이다. 그간 폭발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3%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수제 맥주 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 맥주 시장 규모는 2020년 1096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상승했다. 2017년 시장 규모가 436억원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3년 사이에 2배 수준으로 성장했다.

일부 수제 맥주 업체는 상장을 추진하거나, 타 기업과의 인수합병도 검토한다.

‘제주위트에일’이라는 제품으로 인기를 얻은 수제 맥주업체 제주맥주는 26일 코스닥에 상장한다.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에서도 1748.25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특례) 상장 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핸드앤몰트는 2018년 글로벌 맥주 기업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인베브)에 인수됐다. 국내 수제 맥주 업체가 기업이나 밴처 캐피털로부터 투자금를 유치한 사례는 많지만, 글로벌 기업에 인수된 것은 핸드앤몰트가 처음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최근 주류 전문 업체 인덜지와 120억원 규모 유무형 자산 양수도 계약을 체결하고 수제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덜지 수제 맥주 사업부는 2018년 선보인 수제 맥주 브랜드 ‘문베어브루잉’을 보유했다. 강원도 고성군에 연간 450만리터의 맥주를 생산 할 수 있는 양조장을 갖췄다. 교촌은 이번 인수로 수제 맥주 사업을 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전국 1280개 교촌치킨 가맹점 인프라로 국내 ‘치맥(치킨+맥주)’ 소비 수요를 거머쥐겠다는 계획이다.

수제 맥주 수출도 증가세를 보인다. 국내 1세대 수제 맥주 기업으로 꼽히는 카브루는 2015년 진주햄에 인수된 이후 영업력을 강화해 2019년부터는 홍콩·싱가포르·몽골·영국 등 국가에 수제 맥주를 수출 중이다. 회사의 올해 1~2월 수출액은 2020년 한 해 수출액의 2배를 넘어섰다.

국내 수제 맥주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는 제주맥주도 2019년부터 인도·대만·태국 등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맥주를 수출 중이다. 제주맥주는 조만간 수출국을 10개국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GS리테일은 카브루·제주맥주 등의 수제 맥주 수출 사업성이 증명됨에 따라 직접 맥주 수출에 뛰어들기로 결정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향후 수제 맥주 사업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류 제조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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