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현장을 찾았다. 방미 중 유일한 경제 행보다. 미국과 중국의 산업 패권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과 배터리 기업(CATL)을 보유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SK와 포드가 만들어낸 결과물에 화답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과 미국 2위 완성차 기업 포드는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0일(이하 현지시각)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JV)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SK)’를 설립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 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현장 시찰을 위해 이동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7월 9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에서 소재·부품·장비 산업 현장 시찰을 위해 이동하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 조선일보 DB
합작법인명인 ‘블루오벌에스케이’는 포드의 파란색 타원형 엠블럼인 블루오벌(Blue Oval)과 SK이노베이션의 SK를 합친 이름이다. 블루오벌에스케이가 생산하게 되는 연산 60GWh는 100kwh의 배터리가 필요한 전기 픽업트럭 6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합작법인은 연산 60GWh의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총 6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따라 합작사가 투자하는 6조원,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 1·2 공장 3조원 등 총 9조원의 직간접 투자 외에도 향후 시장 확대를 감안해 투자를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양사의 발표는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우리는 중국이 전기차 경주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라고 선언한 직후 나왔다. 미국이 중국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K배터리’와 동맹을 선택한 셈인데, 문 대통령이 이같은 상징성을 감안해 SK이노베이션의 공장을 찾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판매 1위,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2020년 세계 전기차 판매 순위 1위는 테슬라(44만대), 2위는 GM(21만대)이다. 중국 1위 완성차 기업 BYD는 13만대로 세계 5위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시장 규모로 보면 중국 본토에서 전기차 판매량은 96만대에 달한다. 26만대 판매한 미국을 세 배 이상 앞선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기준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중국에 뒤처졌다. 중국 내 보조금 제재로 인해 K배터리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미국 완성차와 확실한 동맹전략이 글로벌 점유율을 높이는 데 수월한 방안이다.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 SK이노베이션
문 대통령이 찾는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은 SK와 LG가 분쟁을 멈추고 합의한 4월에 한미 경제협력의 상징이 됐다. 앞서 2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SK 배터리 제품의 수입을 10년간 금지해 달라’는 LG 요구를 들어줬다. 이후 SK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미국 내 배터리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며 배수진을 쳤고, 파국 직전 미 백악관과 청와대의 물밑 중재로 LG와 극적 합의를 이뤘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합작을 계기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 확장을 가속화 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에 합산 22GWh규모의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미국 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규모 면에서 현재 가동 중인 단일 공장 중에서 가장 크다. 블루오벌에스케이가 향후 60GWh 생산능력의 공장을 준공하면 SK이노베이션은 2025년 목표였던 ‘연산 125GWh+α’를 넘어 19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다. 글로벌 톱3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순방길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업 총수로서 유일하게 동행한 것은 시기적절하게 포드와 배터리 합작법인 MOU를 맺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와 함께 정부가 힘을 싣는 배터리 분야에서 SK그룹이 대규모 투자로 화답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