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판매가 단종된 코나EV와 구형 아이오닉이 현대자동차의 유럽시장 실적을 견인한다. 코나EV와 구형 아이오닉은 현대차에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론칭하면서 자연스럽게 현대차 전기차 전략의 주류에서 밀려났는데, 유럽시장에서는 EU 이산화탄소 벌금 이슈에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이라 가치가 크다. 코나EV의 경우 폭스바겐과 테슬라 등 유럽 전기차 시장 내 주요 경쟁사의 주력 모델과도 경쟁하면서 선전을 이어간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23일 현대차 판매실적 자료와 유럽 전기차 다수 시장 조사업체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판매 단종된 현대차의 구형 아이오닉과 코나EV가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는 오히려 잘나간다.

구형 아이오닉의 순수 전기차 모델과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의 판매는 2020년 12월 끝났다. 현대차에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런칭하면서 시행한 모델 라인업 조정의 일환이다. 하지만 해외 판매를 위한 생산은 지속하고 있다. 4월까지 유럽시장에서 순수전기차만 3121대가 판매됐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9000대쯤에 달한다. 구형 아이오닉이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구형 친환경 차량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코나EV는 올해 국내 판매 종료 수순을 밟고 있지만 유럽 등 해외에서의 판매만 지속한다. 코나EV는 4월 유럽시장에서 1~4월 동안에는 1만6005대가 판매됐는데, 미국 클린테크니카 조사와 대조하면 동기간 전체 순수전기차 판매량에서 르노의 ‘조에’와 3·4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르노의 조에는 2020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모델3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판매됐던 모델이다. 2021년 4월까지 유럽시장 순수전기차 판매 1위와 2위는 테슬라의 모델3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ID.3이다.

아이오닉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화 이전 현대차에서 국내 판매했던 아이오닉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화 이전 현대차에서 국내 판매했던 아이오닉 일렉트릭 / 현대자동차
코나 친환경 차량 중 코나EV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합한 1~4월 유럽시장 판매량은 2만4047대며, 코나와 구형 아이오닉의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3만3047대쯤이다. 현대차의 1~4월 간 유럽시장 총 판매량은 15만4408대인데, 전체 판매량의 21%이상을 코나EV와 구형 아이오닉 모델이 채웠다.

코나EV 등 코나 라인업의 친환경 차량과 구형 아이오닉의 유럽 시장 판매량 유지는 단순 판매대수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올해 EU는 본격적으로 완성차 기업에게 판매한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벌금을 부과한다. 완성차 기업에서 한해 판매한 전체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평균값을 계산한 뒤 기준인 95g/㎞를 초과할 경우 초과된 1g당 95유로 벌금매긴다. 완성차 기업은 매겨진 벌금을 한해 전체 판매대수에 곱한 최종 액수를 이산화탄소 벌금으로 납부해야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1조 단위 이상의 벌금을 매길 수도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순수전기차인 아이오닉5은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제약을 겪어 유럽시장 공략이 늦어졌는데, 코나 라인업의 친환경 차량과 구형 아이오닉 모델이 아이오닉5의 본격적인 유럽 판매전 현대차의 유럽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유럽에서 탄소배출권 규제 등으로 인해 전기차 시장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코나EV와 구형 아이오닉도 동반 영향을 받아 판매를 작년과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