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잇따라 K웹툰의 동남아 진출에 적극이다. 관련업계는 이를 두고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일본과 북미 시장에서 K웹툰 경쟁력이 입증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은 현지 웹툰 업체의 영향력이 큰 만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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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6월 대만과 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해 현지에 자체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어 하반기에는 중국과 인도로 진출 범위를 확장한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페이지는 올해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라며 "더 넓은 글로벌 무대에서 스토리 엔터테인먼트의 혁신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태국에서 구글 플레이 기준 만화 카테고리앱 수익 1위를 기록하고 있다. 4700만명에 육박하는 월간 이용자를 보유한 라인의 영향력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면서 웹툰 범용성을 높이는 추세다. 네이버는 4월 인도네시아 미디어 기업 엠텍에 1억5000만달러(1692억원쯤)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엠텍은 인도네시아 대표 동영상 플랫폼(OTT) Vidio를 비롯해 전국 1·2위 공중파 채널과 지역 공중파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최종 격전지는 중국

관련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중국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동남아 시장을 선택했다고 분석한다. 결국 K웹툰 진출 최종 격전지는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본토의 성장성과 시장규모를 감안할 때 이들 포털 업체들이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이기 때문이다.

웹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야말로 IP비즈니스의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라며 "시장 규모와 성장성 뿐 아니라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웹툰 소비도 뚜렷이 늘고 있어 좋은 작품으로 승부해볼 여력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웹툰 시장은 성장성이 확인되고 있다. 코트라가 분석한 쳰잔산업연구원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에서 2019년 사이 중국 웹툰 시장 규모는 매년 고속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은 129%다. 미래 성장성도 빼놓기 힘들다.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웹툰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웹툰 주요 소비 연령대는 95년생~00년생으로 이들의 웹툰 유료 이용 추세는 늘고 있다.

네이버 반면교사 삼은 카카오

다만 중국 시장은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중국 현지 웹툰 플랫폼이다. 텐센트가 투자한 콰이칸 만화를 중심으로 웨이보 애니메이션, 빌리빌리 만화가 중국 현지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의 특수성으로 국내 기업의 단독 진출이 쉽지 않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 기업과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6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는 현지 웹툰 플랫폼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한다. 여신강림과 재혼왕후 등 국내에서 인기를 끈 작품을 중국어 간체로 번역해 제공했으나 의미있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는 북미 시장 진출에 우선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네이버는 와통 엔터테인먼트(Watong Entertainment, 네이버웹툰 홍콩법인)와 브로콜리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 중국법인)을 설립, 이들을 연계해 중국과 대만에서 서비스한다.

카카오는 텐센트와 합작해 중국 진출을 준비한다. 중국 당국 규제로 국내 기업의 단독 진출이 어려운 현실적 요인을 감안했다. 또 중국 시장내 불법 복제 유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번역 과정을 외주가 아닌 자체 처리하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국내 CP들과 계약을 통해 고품질 지적재산권(IP)를 보유했다"며 "국내에서 성공한 작품을 중국, 대만, 동남아 등 문화에 적합한 방식으로 현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웹툰 플랫폼은 현지화에 주력

국내 중소형 웹툰 기업 역시 거대한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 마련에 고심한다. 중국에서 소비될만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 중국 현지 플랫폼에 콘텐츠를 수출, 공급하는 식의 진출 전략을 짜고 있다.

중소 플랫폼 웹툰 관계자는 "중소규모 플랫폼의 중국 진출 전략은 네이버·카카오와 결이 다르다"며 "한국 시장에서 증명된 괜찮은 콘텐츠를 번역해 중국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전략으로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